국회로 넘어간 사내 유보금 과세...여야간 팽팽한 힘겨루기 예상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등 세법 개정을 두고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23일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법인세법과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별소비세법 등 총 16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담뱃세·주민세 인상 등 정부의 ‘증세모드’에 맞서 야당이 법인세 강화를 주장하고 있어 여야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이 중 사내유보금을 다룰 법인세법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2015년부터 벌어들이는 기업 당기소득의 일정부분(60~80%)을 투자·임금·배당 등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10%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배당이나 임금을 인상하도록 하면서 궁극적으로 가계소득과 소비 증대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정부의 복안이다.

기업환류세제는 정부와 여당 간 기류도 엇갈린다. 정부는 기업의 현금 쌓아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여당 내 반대 목소리도 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국가재정연구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기업은 돈 벌 데가 없고 미래 불확실성이 너무 커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강제로 ‘투자 안 하면 과세한다’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선 사내유보금 직접 과세 대신 기업소득환류세제로 한층 완화한 정책을 제시한 상황임에도 김 대표의 이 같은 반기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사내유보금 과세 자체에는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세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준율 적용 방식이 아니라 적정유보금 초과 금액에 직접 과세하는 방식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없어진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국내 법인의 사내유보는 5% 수준이었으나 사내유보 과세제도가 폐지된 200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세 배 이상 유보율이 증가한 뒤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며 “과거의 유보금 과세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내유보금 과세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 당시 인하했던 법인세율을 다시 올리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이다.

담뱃값 인상 등 증세 논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야당은 세법 개정안을 ‘서민증세·부자감세’로 규정하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당은 담뱃세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며 자동차세와 주민세 인상도 지방재정 확충 목적이라며 맞서고 있어 강경대립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청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4년 세법 개정안,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기획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과거 수년간 지속된 저성장·저물가의 부정적 효과가 고착돼 축소균형에 빠지면 정말 이러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든다”며 “국회도 하루 속히 정상화돼 정부의 제안을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