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업계, 특허 소송전 제 2막

한동안 잠잠했던 세계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특허 소송전이 또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 소송은 일부 글로벌 LED 기업들이 국내를 비롯한 중국 등 신생 업체를 견제하고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다. 당시엔 LED 시장이 채 열리기도 전이라 대부분의 소송전이 흐지부지 없던 일로 됐다.

반면에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특허 소송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측에 ‘판매 금지’를 겨냥하며 높은 손해 배상액을 청구하는 등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중국·대만 등 후발 주자들의 빠른 추격에 글로벌 기업들이 쫓기게 되자 이들을 상대로 한 특허 전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추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ED 패키지와 조명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 간 특허 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패키지 분야에서는 대표적으로 일본 닛치아가 대만 최대 LED 패키지 업체인 에버라이트를 상대로 백색 LED 특허 침해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독일에서는 판매금지·폐기 판결이 나왔지만 닛치아는 지난 4월 추가로 일본에 에버라이트 제품을 판매하는 ‘타치바나 에레테크’를 상대로 LED칩 소송을 냈다. 지난 6월에는 호주에서 에버라이트 제품을 판매하는 애로(Arrow)에 노란색(YAG) 형광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크리도 이달 미국에서 하바텍과 킹브라이트를 상대로 새롭게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크리는 지난 2005년 12월 킹브라이트와 백색 LED 관련 특허 사용에 합의한 바 있으나 최근 다시 이 회사에 소송을 제기해 업계의 관심을 사고 있다.

조명 시장에서는 필립스가 JST퍼포먼스에 LED 조명 모듈 및 구동부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최근 제기했다. GE라이팅도 미 TCP에 LED 전구에 관련한 소송에 나서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는 국내 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속수무책 당하지 않기 위해 특허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반도체는 기술 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최근 북미 지역 TV 제조업체 커티스와 크레이그에 각각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반도체는 이들 업체가 에피(Epi), 팹, 패키지, 렌즈, 백라이트유닛시스템 공정 전반에 걸쳐 총 7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LED 업계에 소송전이 다시금 전개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전히 LED 시장은 초기 단계인 만큼 경쟁사들의 특허 침해를 견제하는 의도가 크지만 중국 등 일부 업체들은 침해한 기술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초저가로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진입에 나서면서 특허 소송전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들 지역 업체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특허를 소유 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의식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더욱 집중적으로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