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결제 눌렀다 `뒤통수`...금융사기 온상된 `중고나라`

1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직거래 장터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안전결제서비스를 위·변조한 금융사기가 속출해 이용자 주의가 요구된다. 쇼핑몰에서 안전결제창을 위·변조한 피싱 사례가 다수 있었지만, 중고나라는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1년 결제사기 방지를 위해 안전결제서비스 ‘유니크로’를 도입했다.

안전결제란 직거래가 힘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실거래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제3자 온라인 결제를 의미한다. 판매자가 상품 등록을 하고 거래가 이뤄지면 구매자는 선입금과 안전거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안전거래를 선택하면 구매자가 물품 수령 후 구매 승인을 눌러야 결제 대금이 판매자에게 송금된다.

네이버가 채택한 유니크로는 중간에서 돈을 보관하다가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제품 하자나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를 교묘히 위조해 마치 안전결제를 진행하는 것처럼 짝퉁 창을 구매자에게 전송한 후 돈만 입금 받고 잠적하는 신종 금융사기가 등장했다. 판매 사기꾼은 자신의 계좌를 짝퉁 유니크로 창에 넣어 안전결제가 된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위조된 결제 창은 원본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하다.

안전결제로 거래했다 수백만원의 사기를 당한 중고나라 회원 A씨는 “주소창과 결제 관련 진행절차, 심지어 글씨체까지 동일해 어지간해서는 안전결제 창이 가짜라는 의심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중고나라에 올라온 짝퉁 안전결제 사이트와 진짜 안전결제 사이트를 실제 비교한 결과, 예금주와 계좌번호 외에 거의 모든 방식이 유사해 구분이 힘들었다.

회원 B씨는 “피해사례는 속출하고 있는데,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네이버는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중고나라는 자율적인 커뮤니티 카페이기 때문에 네이버는 플랫폼만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은 수천 개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네이버가 직접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카페 운영약관을 위반한 커뮤니티사이트는 제재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