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클라우드 컴퓨팅과 창조적 변화

[미래포럼]클라우드 컴퓨팅과 창조적 변화

펜으로 작성하던 서류를 오늘과 같이 컴퓨터로 만들게 된 것은 ‘모든 책상에 개인용 컴퓨터(PC)를 올려놓는 것’을 기업 목표로 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여가 크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널리 읽게 된 데는 아마존의 공로가 있는데, 조만간 학교에서도 무거운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가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지하철 풍경을 바꿔 놓은 것은 널려 있던 무료신문 대신 유튜브를 즐기게 만든 구글의 역할을 부인하기 어렵다. 음악의 소비패턴을 바꿔 놓은 건 애플이다. 이처럼 글로벌 IT기업들의 경쟁은 우리 삶을 바꿔 놓았다. 또 이 경쟁은 언젠가부터 ‘누가 인류 삶의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향하고 있다. 이 경쟁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창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창조적 변화의 맨 앞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IDC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서비스 시장은 2015년 9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IT서비스 시장의 성장률이 5% 미만인 데 비해, 클라우드 분야는 2018년까지 연평균 23%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전체 IT서비스 성장률 대비 5배 수준에 이른다. 이런 황금어장에서 우리 몫은 그리 크지 않다. 한국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 미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산업 자체의 성장과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존 산업에 적용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최근 보고서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비용절감과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여러 가지 규제로 공공기관에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은 사실상 금지돼 있다. 금융기관도 이유는 좀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공부문 규제는 민간에도 영향을 미쳐 수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 각 분야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단박에 치워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다. 이 법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여러 쟁점이 없지 않으나, 세상에 어느 법이나 진지하게 논의해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통과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문제는 클라우드 발전법 이후다. 일단 큰 그림으로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허용된다 해도 실제로 공공은 공공부문대로, 금융은 금융부문 대로 지금까지의 관행을 이유로 신속한 변화를 거부할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 창조적 변화의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진정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떤 점이 정책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인지도 자명하다. 첫째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신뢰할 만한 수준의 대응이 가능해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에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단계별 암호화 등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치밀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사이버보안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국제표준과 업계표준을 엄격히 준수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요구하면 언제라도 서비스 내용을 상세히 공개할 투명성을 갖추도록 요구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입과 관련된 논쟁의 초점은 단순히 금지냐 허용이냐의 문제에서, 어떤 수준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허용할 것인지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창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영훈 마이크로소프트 법무정책실 상무 younkim@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