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한국IBM에 주전산기 교체 참여 제안한다

KB국민은행이 이르면 이번 주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한국IBM에 제안요청서(RFP)를 공식 발송한다.

유닉스 다운사이징의 타당성을 고집해왔던 KB금융지주와 이사회, 국민은행 IT본부가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교체에 참여할 사업자 선정을 위해 유닉스 이외에 메인프레임 솔루션을 제공할 한국IBM에도 RFP를 발송하기로 했다.

정병기 KB국민은행 상임감사는 “내부, 외부 전문가 11인을 구성해 주전산기 사업검토위원회를 꾸렸다”며 “공식 RFP를 한국IBM에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이사회와 KB금융지주가 고수해온 유닉스 다운사이징 추진 계획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으로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 감사는 “경쟁 입찰을 통해 공정한 방식으로 주전산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며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주전산기 사업검토위원회를 구성했고 유닉스와 메인프레임 모두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은행 소속 임직원으로만 구성된 스티어링 커미티(기종 결정 협의회)를 백지화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업검토위원회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감사는 한국IBM을 참여토록 한 것에 대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공정한 입찰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이 타당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한국IBM과의 할증사용료 문제도 추가 협상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그는 “아직 계약이 체결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RFP 제안 후 할증사용료 문제는 충분히 협상할 소지가 있다”며 “잘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IT본부 등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행장이 교체되고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9월 19일 한국IBM을 포함한 경쟁 입찰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정 감사는 “회장과 행장이 모두 물러난 이후 뒤늦게 입장을 번복하는 한심스러운 작태를 보였다”며 “이사회가 특별감사보고서를 수용해 두 기종 간 경쟁을 붙였다면 지금과 같은 파국은 막았을 수 있었다”고 질타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