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터치센서·사파이어잉곳 업계, 중국의 ‘기업 사냥’ 타깃으로 떠올라

특히 예상보다 시장 개화가 더뎌지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메탈메시 터치스크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 미개척 분야에서 전문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이 ‘먹잇감’으로 떠올랐다.

린패널(TSP)과 사파이어잉곳 분야 제조업체가 대표적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보다 용이해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여 확보한 신기술의 ‘차이완’ 경계보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표 메탈메시 TSP와 사피이어잉곳 업체들이 중국 지자체와 현지 기업으로부터 자금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단순 기술 이전에서부터 지분 투자, 합작사 설립,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형태로 협력 관계가 논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국내기업 가운데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이 인수전을 펼쳤으나 최근에는 기술 전문 벤처기업으로 표적을 확대했다”며 “국내 업체의 기술력과 자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신규 시장에서 단숨에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TSP 업계는 중국·대만 업체의 안방 공습에 대응하려 인듐주석산화물(ITO) 대체 소재로 메탈메시 TSP 상용화에 적극 나서왔다. 10여개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기술력도 확보했다. 일부 업체는 대면적(600×750㎜)에서 1마이크로미터(㎛)대 미세선폭 형성 기술을 확보했고 시인성도 상당히 개선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기존 ITO 필름 가격이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떨어지자 국내 세트업체들은 고가의 메탈메시 TSP 도입을 미뤄왔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태블릿PC를 중심으로 메탈메시 TSP를 적극 적용하면서 자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국내 업체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은나노와이어 TSP 개발에 성공한 이엔에이치는 중국 국영기업인 장성카이파의 지분 투자를 받았고 최근 이 회사에 TSP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 등을 공급했다. 회사는 장성카이파와 향후 다각도로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다른 TSP업체 A사도 중국의 한 업체와 기술 이전 작업을 논의 중이며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사파이어잉곳 제조업체도 2~3년 전부터 중국 지자체 및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중국업체들 역시 국내업체들과 비슷한 시기에 양산을 추진했지만 고품질 기술 확보에 난항을 겪자 방향을 전환해 우리나라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업체들은 국내 사파이어잉곳업체 20여곳에 협력관계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 초콜라스키(CY) 공법으로 8인치 대구경 사파이어잉곳 생산에 성공한 엔씨사파이어도 중국 지자체 서너 곳과 함께 기술 이전 및 공장 설립 관련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파이어잉곳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황 탓에 국내업체가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 중국과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다만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쉽사리 놓치지 않도록 보다 심도있는 협력관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