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관합동 대규모 충전인프라 사업 없던 일로

국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겠다던 민관합동 충전인프라 대규모 구축사업이 발표 한 달 만에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가 국가 충전인프라 구축에 한발 빼면서 민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사 국책사업을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450억원 규모의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예산을 승인하지 않아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12일 밝혔다.

충전인프라 구축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제로 열린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대토론회’에서 산업부와 한전이 발표한 사업이다. 정부예산 225억원과 한전·민간 225억원 매칭펀드 방식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3년간 전국을 대상으로 완·급속충전기 5500기가 구축될 예정이었다. 전기차 시장이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보급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충전인프라를 확충해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재부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등을 유사 사업으로 보고 내년도 예산에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산업부는 72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제주도 전기버스·전기택시 배터리 리스 사업을 민관합동 충전인프라 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충전인프라 구축에는 공감하지만 예산상 이유로 당초 민관합동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제주 대상 배터리 리스 사업에 충전인프라 사업을 일부 포함시키면서 환경부 등과 협의해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애초 산업부는 SPC를 설립한 후 280억원을 투입해 가정·완속형 충전기 5200기를 구축하기로 하고, 일반인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충전기를 설치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시내에서 주행거리를 늘리고 도시 간 충전 서비스 연계를 위해 150억원을 투입해 급속충전기 300기를 설치하는 한편 실시간 충전소 위치와 이용 현황, 요금 정보 등을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시스템 구축에 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차 민간 보급과 산업 활성화에 앞뒤가 맞지 않는 무책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앞서 결정된 저탄소차협력금제 무기한 연기 방침과 더불어 이번 민관합동 충전인프라 사업 무산은 정부의 대표적인 엇박자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