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확보해도 UHD 방송 어렵다···VHF 등 다른 대안 찾아야

지상파방송사가 700㎒ 대역 54㎒ 대역폭을 확보해도 전국 초고화질(UHD) 방송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파간섭을 피해 전국 UHD 방송을 위해서는 최소 90㎒ 이상 대역폭이 필요하다는 근거에서다. 지상파가 UHD 방송을 명분으로 700㎒ 할당을 요구하기 전에 UHD 방송에 필요한 주파수 소요량 계산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5만여 UHD TV 사용자 모임인 ‘UHD 유저 포럼’ 이군배 대표는 “지상파 방송사의 54㎒ 요구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700㎒ 대역 전체 대역폭 108㎒ 중 재난망 주파수 폭(20㎒)을 제외한 88㎒를 모두 지상파에 할당해도 전국 UHD 방송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전국 UHD 방송을 위해 최소 90㎒z 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섭 현상을 피하려면 전국을 수도권(4개 채널), 지역권(3개 채널×3개 권역), 전국권(2개 채널)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채널당 최소 6㎒를 사용하면 각각 24㎒, 54㎒, 12㎒ 등 총 90㎒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주장은 지난해 방송사가 발표한 ‘국민행복 700플랜’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됐다.

방송사들은 700㎒의 54㎒ 폭 주파수를 활용해 11개 채널 중 우선 9개 UHD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UHD 방송에서는 다중주파수망(MFN)을 단일주파수망(SFN)으로 바꿀 수 있어 9개 채널로도 전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계획이라며 동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EBS와 KBS2, OBS는 몰라도 SBS, MBC, KBS1은 엄연히 지역 방송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SFN 방식이라도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6㎒씩 최소 15개의 주파수가 필요한데 국민행복 700플랜에서는 이 점을 전혀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날로그에서 지상파 HD방송으로 전환되기까지 10여년 동안 전국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이 병행 방송됐다”며 “UHD 방송도 상당 기간 HD 방송과 병행해야 하는데 일각의 주장대로 일부 지역만 UHD를 방송하고 나머지 지역은 HD방송 종료에 맞춰 전환한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아날로그 시절 사용하던 초단파(VHF) 대역을 조정해 UHD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톱박스를 써서 HD 주파수로 UHD 방송을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파수는 한번 정하면 오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민행복 700플랜이 도출한 54㎒ 대역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사에서 계산한 소요량은 재난망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통신에 할당된 40㎒를 기반으로 도출됐다. 즉 68㎒(108㎒-40㎒) 중 보호대역을 제외한 폭이 54㎒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통신 기술인 롱텀에벌루션(LTE)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는 지적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방송사가 도출한 54㎒는 이동통신 방식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전제 하에 이격 거리 등을 따져 계산한 것”이라며 “하지만 LTE에서는 간섭을 막기 위한 보호대역이 달라져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이 방송 편들기에 나서면서 15일로 예정됐던 주파수 심의위원회가 무산됐다. 공청회 등을 통해 주파수 정책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재난망 주파수 배정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소모적 주파수 싸움으로 700㎒ 배정으로 가닥이 잡힌 재난망 주파수 확정이 미뤄지면서 국민안전이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