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디플레이션 우려…투자·소비 부진, 세계곳곳 위험신호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부진하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하향 위험과 불안 요인 때문에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추가 부양책까지 내놨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대외 요건 불안이 계속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저성장과 저물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다른 연구소도 올해 전망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 3.7%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민간 소비는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다. 소매판매는 1분기에 전기 대비 0.3% 늘었지만 2분기에는 0.5% 감소했다. 월별로는 7월 0.3%, 8월 2.7% 증가세를 보였지만 9월에는 다시 감소세가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수익성 악화, 기업심리 위축 등으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분기보다 부진하다. 7월 3.4% 늘었던 설비투자는 8월에 10.6%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개월째 1%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상승압력도 크지 않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지난 8월에 0.1%의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은 9월에 6.8%를 기록,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세계 경제에 하방 위험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원화 기준으로 수출은 2분기에 -5.4%, 3분기에 -4.1% 등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됐다는 의미다.

증시, 환율 등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지난 8월 2068.5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대내외 위험 확대로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지난 17일 1900.66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900선이 무너진 이날 종가는 8개월만에 최저치였다. 한때 1000선 붕괴가 우려됐던 원·달러 환율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강세, 엔화 약세 등으로 지난 17일 현재 1065.9원까지 올랐다. 한국의 CDS(5년물) 프리미엄은 뉴욕 금융시장에서 지난 16일 기준으로 63bp(1bp=0.01%포인트)를 기록, 올해 4월11일의 64bp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적으로는 유로존에서는 디플레이션과 ‘트리플 딥’(3중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재정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위험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의 영향권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으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중국은 7% 중반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 등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쓸 수 있는 부양 카드는 사실상 모두 내 놓았지만 경기 회복세가 아직 미진하고 대응 정책 수단이 거의 없는 대외 불안 요인은 커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기 회복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대외건전성 지표가 좋아 대외 불안 요인 영향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불안 요인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자금이 이탈하는 증시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준비 중이지만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수요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 외환규제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전에는 유입 규제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유출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제·민생 관련 법안을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경기 정책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국회에도 호소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