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국내 첫 법원 강제조정..."은행 50% 배상해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내 최초로 법원 강제조정결정이 내려졌다. 50%를 은행에서 배상하라는 조정결정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수년간 책임을 떠넘겼던 은행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씨티은행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의 50%를 배상하라는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2012년 1월, 피해자 오모씨는 보이스피싱으로 씨티은행으로부터 4200만여원의 피해를 봤다. 법률사무소 선경은 지난 4월 피해자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모든 사정을 참작, 피해금액의 절반을 10월 31일까지 은행에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수년간 수만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피해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취지다.

이번 강제조정 판결에 따라 보이스피싱의 모든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했던 피해자 권리는 대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피싱과 파밍,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의 줄소송이 예고돼 은행을 상대로 한 피해보상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준길 법무법인 선경변호사는 “은행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의 50%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은 지난 7년간 5만건이 넘는 보이스피싱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은행이 구제 의무를 방치한 데 따른 결과”라며 “은행이 보안에 집중 투자해 사고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이스피싱에 이어 은행 상대 파밍 소송도 오는 11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있을 예정이어서 판결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