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집중화지속...역량분산보다 주마가편 전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의 ‘메모리’ 집중화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시스템반도체보다 영업환경이 좋은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에 집중하면서 수익성 확대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TSMC 등 해외 파운드리업체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보다는 미세공정 확보나 생산효율 고도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업체는 시스템반도체보다 강점을 지닌 메모리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잘되는 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하는 이른바 ‘주마가편(走馬加鞭) 전략’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모바일 실적 부진을 반도체 사업부가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말 김기남 사장이 시스템LSI 사업부까지 맡은 이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메모리 비중을 더 높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근 15조원 투자를 결정한 평택 공장도 낸드 플래시나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이 유력하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신규 시스템반도체 프로젝트를 줄이고 인력도 재배치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상적 인력 이동 이외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조정한 것은 없다”며 “상황에 따라 메모리사업 비중이 커질 때가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투자와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도 메모리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 역량을 분산시킬 시스템반도체보다는 모바일 낸드, 3D, 미세공정 확보 등 메모리반도체 취약점 보강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접근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가 전체 반도체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중요사업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분야는 회사도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다”며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내부 분위기는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대만에서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도 중요해졌다. 대만 TSMC는 내년 상반기부터 16㎚ 핀펫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주말 향후 10년간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조위안(173조4500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다양한 투자가 필요한 시스템반도체보다 단일 대응으로 수익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메모리 강화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메모리사업 강화는 해외 파운드리 업체 도전에 맞서, 우위가 확실한 메모리에서부터 ‘초격차’를 강화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