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업계, 디스플레이 불황 `직격탄`…전년대비 매출 반타작도 선방 수준

디스플레이 전방산업의 침체로 관련 국내 장비 업체들이 올해 실적 부진에 빠졌다. 3분기까지 매출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 일부 업체는 올 전체 매출이 작년 대비 ‘반타작’ 수준으로 미끄러질 전망이다. 그나마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았던 업체들도 작년 매출실적 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가격 하락과 성장 정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신규 투자가 주춤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맥·LIG에이디피·AP시스템·에스엔유프리시전·로체시스템 등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올 3분기까지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되면서 연간 매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LCD 패널의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 더딘 회복 속도에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OLED TV 시장의 개화가 늦어지면서 추가 투자도 더디게 진행되자 관련 장비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OLED 결정화 장비 등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AP시스템은 올해 매출 2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매출은 25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중국시장 쪽 매출 비중이 10%에서 25%까지 확대되면서 그나마 큰 폭의 감소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OLED 증착 및 봉지장비를 공급하는 에스엔유프리시전도 올해 1000억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13억원을 기록했다. 박춘재 에스엔유프리시전 대표는 “BOE·티엔마·비저녹스 등 중국의 주요 고객들의 OLED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마나 버틸 수 있었다”며 “현재 해외 매출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건식 식각장비 및 검사 장비 전문업체인 LIG에이디피 역시 작년 매출 1500억원에서 올해 1200억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적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컸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레이저 커팅 장비를 주로 공급하는 로체시스템은 지난해 682억원에서 올해 42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측정 장비 전문업체인 케이맥은 올해 400억원도 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에서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A3 OLED 라인 투자와 소규모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자 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투자는 ‘가뭄’ 상태고 사실상 중국시장이 기회”라며 “하지만 1단계 초기 투자가 이뤄졌던 2년 전 국내 장비 업체 대부분이 참여하지 못해 올해부터 시작된 2단계 투자에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엔저 영향으로 일본 장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시장의 LCD 투자가 막바지 단계라 내년엔 디스플레이 투자 ‘공백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