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셜까지 혁신에 활용하는 글로벌 소재기업들

“고객 목소리를 들으려고 소셜미디어를 뒤지며, 예술가와 소설가를 만나 영감을 얻는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보유한 기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품 또는 서비스 기획자나 판매자가 할 만한 이 말들은 뜻밖의 사람들 입을 통해 나왔다. 머크, 바커, 다우케미컬, 코닝, 바스프, 하니웰 등 글로벌 소재기업의 연구개발(R&D) 사령탑들은 21일 전자신문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주최로 열린 ‘제2회 글로벌 소재 테크페어’에서 이렇게 고객 요구 파악을 강조했다.

소재기업은 기업을 고객으로 둔 전형적인 B2B기업이다. 그런데 이들이 거론한 고객은 기업고객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까지 망라한다. 기업고객에 필요한 소재 개발과 공급에 머물지 않고 미래 발생할 잠재 수요까지 미리 찾아내 대비한다는 얘기다. 기업고객은 제 고민까지 대신 해주는 소재기업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소재기업들이 전문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오랫동안 장수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기술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다. 유독 소재분야가 약하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소재산업을 집중 육성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업력 100년 넘었음에도 혁신과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글로벌 소재기업에서 우리가 배울 게 너무 많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글로벌 소재기업들이 혁신을 하기에 이상적인 곳으로 한국을 꼽았다는 점이다. 강력한 제조기업과 최종 소비자가 가까이 있어 미래 가치 발굴과 창출이 용이하다는 판단 아래 연구센터도 뒀다. 달리 말하면 우리 제조 역량이 떨어지면 이 연구센터들도 옮겨갈 수 있음을 뜻한다.

글로벌 소재기업들과 호혜적 관계를 지속하려면 제조업체들은 최고 기술역량을 유지해야 한다. 소재기업들도 꾸준하고도 선제적인 R&D 투자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개발자들이 행사장을 찾아 보인 뜨겁고도 진지한 학습 열기에 그 의지가 읽힌다. 가능성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