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국내 LTE-TDD 생태계···레퍼런스 없어 수출 난항

중소 통신장비업체들이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시제품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국내 공급사례(레퍼런스)가 없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TE-TDD 기술 도입이 유력한 제4이동통신 설립도 기약이 없어 국내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하는 주파수분할 LTE(LTE-FDD) 전문업체와 기존 와이브로 업체 10여곳이 LTE-TDD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장비를 개발 중이다. 와이브로 기술을 가진 일부 업체는 이미 장비를 개발해 수출을 타진하는 곳도 있다. 소형 기지국(펨토셀), 에그, 고객댁내장치(CPE) 등이 주요 제품이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한결같이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레퍼런스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 LTE-TDD가 활성화된 나라의 고객은 구축 사례가 없으면 장비를 도입하지 않는다. 국내에 LTE-TDD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없기 때문에 기술을 확보하고도 해외 수출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곧 LTE-TDD 소형 기지국을 출시한다는 한 장비업체 임원은 “해외에 제품을 팔려고 가면 제일 먼저 ‘구축 사례가 있는가’를 물어본다”며 “화웨이처럼 LTE-TDD 상용 레퍼런스가 풍부한 중국 업체와 달리 우리는 레퍼런스가 없어 경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우리나라가 LTE-FDD 선도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와이브로 기술이 기반인 업체들은 기존에 와이브로를 사용하던 일부 해외 통신사에 장비를 수출한다. 이 통신사들은 2~3년 후 완전 LTE-TDD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와이브로와 LTE-TDD가 동시에 지원되는 장비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통신사마저 LTE-TDD 전환을 마치면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효과적 주파수 활용과 데이터 처리 등 여러 장점을 가진 LTE-TDD는 중국과 미국 등 거대 통신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7년 전체 LTE 가입자 중 35%를 차지하고 장비 시장 규모는 120억달러(약 1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칩 판매량은 중국과 인도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억700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LTE-TDD로 쉽게 전환이 가능한 와이브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LTE-TDD 확산의 중심축인 제4이동통신 설립은 연이어 무산됐다. KT가 LTE-TDD 사업을 희망하지만 기존 와이브로 주파수 용도와 할당 대가를 두고 정부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불투명한 상태다.

일본 통신사에 와이브로와 LTE-TDD 복합장비를 수출하는 한 업체 임원은 “LTE-TDD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견디다 못한 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하고 그들이 가진 기술력은 사라지고 만다”며 “과거 CDMA만 택해 또 다른 큰 시장인 GSM 시장을 놓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