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뉴엘 충격 최소화는 빠른 진상규명부터

중견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종합가전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밀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도에 이르자 사실상 파산 선언을 했다. 지난해 1조1410억 원 매출과 1051억 원 흑자를 낸 기업이 느닷없이 법정관리 행을 택하자 전자산업계는 충격 이전에 어리둥절하다. 채권은행뿐만 아니라 거래 기업들은 피해규모 파악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분석은 엇갈린다. 수출대금 회수 실패로 인한 자금난과 부실을 속인 분식 회계나 사기라는 의혹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 회사가 최근까지 회계 상으로 멀쩡한 기업, 그것도 우량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일시적 자금난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뉴엘은 10년 만에 1조 매출을 올려 기술제조 벤처 성공 모델로 손꼽혔다. 이 실적이 실제와 딴판이라는 결론이 난다면 산업계가 받을 충격은 더욱 커진다. 회계 감사와 보고가 덜 엄격한 비상장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기업을 따라 성공을 꿈꾼 기술제조 벤처 기업들이 받을 허탈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실 이유가 허위로 부풀린 실적만큼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안 좋은 예감은 잘 들어맞는다’는 속설이 무섭다.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라면 중견기업 위기관리 문제를 야기한다. 중견기업들은 몸집이 대기업 못지않게 커졌지만 돌발적인 위기에 휘청거릴 정도로 관리가 취약하다. 모뉴엘처럼 초고속 성장한 중견기업이라면 중소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세계 경기 회복이 늦어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악전고투를 한다. 중견기업들은 이참에 스스로의 위기관리 능력을 되돌아볼 일이다.

정부는 중견기업, 특히 비상장 기업 경영에 구조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뉴엘 사태 진상 파악이 급한 일이다.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코스닥 상장사라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빨리 진상을 밝혀야 한다. 모뉴엘 사태가 시장과 산업계에 줄 충격을 최소화할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