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의 정보통신부]<202>굿바이 정통부(상)

“귀하는 2007년 12월 19일 실시한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당선인으로 결정되었으므로 당선증을 드립니다.”

2007년 12월 20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이 당선인에게 당선증을 교부했다.

이 당선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집계 결과 총 1148만7688표(48.7%)를 얻어 617만3579표(26.2%)를 얻는 데 그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통일부 장관 역임, 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를 530만여 표차로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19일 밤 당선이 확정된 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매우 겸손한 자세,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고 분열된 우리 사회의 화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선에서 이긴 한나라당은 잔칫집이었다. 패자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선거판에서 패자가 설 자리는 없었다. 대선판은 사실상 올 오어 나싱(전부 아니면 전무)의 냉혹한 승부의 세계였다.

이날을 기해 뜨는 미래 권력과 지는 현재 권력으로 권력지형은 재편됐다. 그리고 권력은 청와대에서 인수위로 급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ICT 업계는 이 당선인이 추진할 ICT정책에 관심을 집중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11월 20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20층 경제인클럽에서 전자신문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등이 공동 주최한 ‘제17대 대선후보 초청 IT정책포럼’에서 IT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세계 최강 디지털 국가 건설을 위한 ‘IT 7대 전략과 3대 IT 민생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자신은 “디지털 최강국, 국가 최고의 CIO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IT 7대 전략은 △융합 IT를 일류국가 도약의 핵심엔진으로 활용 △SW 부문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 △IT 중소·벤처기업 중심 벤처생태계 조성 △미래형 도시모델 u시티 건설 △통·방 융합산업 주력 육성 △건강한 디지털 문화 공동체 △IT로 하나 되는 한반도 구축이다. 또 △IPTV를 이용해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 △규제완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로 가계 부담을 덜며 △역기능 없는 IT세상을 만들겠다는 3대 IT 민생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그는 “가계 통신요금 비중이 7%에 이른다”고 지적하면서 “정보통신산업을 활성화하고 진입·M&A·주파수·번호부여 등에 관한 규제를 줄여 통신요금을 최대한 낮추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1일 오전 8시 ‘제17대 대선후보 초청 IT정책포럼’에서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정 후보는 초일류 IT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IT 분야 5대 공약과 1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5대 공약은 △모든 국민이 편리한 IT서비스 △세계 최고 수준의 IT산업 경쟁력 확보 △세계를 선도하는 융합 서비스 △북한을 비롯한 세계와 IT로 소통 △IT 중소·벤처 부흥으로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는 “국민의정부 5년 동안 씨를 뿌려 놓은 것이 참여정부 5년 동안 국내에서 열매를 맺었다”며 “이제 다음 정부 5년은 세계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그러려면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이던 것에서 탈피해 SW 중소·벤처를 글로벌 경쟁력있게 키워야 한다”며 “IT는 분단된 남북을 잇는 혈관이 될 것”이라며 IT를 이용한 남북 경제통일을 다음 대통령이 할 주요 과업으로 꼽았다. 하지만 국민은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해야 할 우선 과제는 정권 인수와 자신의 국정 포부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그 업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담당했다. 당선인 정치철학과 인수위 국정 밑그림 설계도가 정권 5년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자였다.

그해 성탄절인 25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역임, 현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을 임명했다. 또 부위원장에는 김형오 전 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장(국회의장 역임, 현 부산대 석좌교수)을 선임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특임장관 역임, 현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위원장 인선 배경에 대해서 “이경숙 위원장은 직선으로 네 번이나 총장을 역임한 인물로 화합 속에서 변화를 이끌 적임자이자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는 점이 임명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형오 부위원장은 4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일류국가비전위원장으로서 대선 공약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하며 여러 가지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당시 “이 당선인이 이날 오후 4시께 직접 전화를 해 ‘새 정부가 실용주의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서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기획조정분과 △정무분과 △외교통일안보분과 △행정분과 △경제1분과 △경제2분과 △사회교육문화분과 7개 분과위원회와 위원장 직속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로 구성했다.

기획조정분과위는 국정목표 수립, 운영기획 및 총괄 조정, 국정과제 설정, 국정 로드맵 설정 등의 업무를, 정무분과위는 청와대·총리실·감사원·국가정보원·중앙인사위원회를 관장했다.

또 외교통일안보분과위는 통일부·국방부·외교통상부를, 행정분과위는 행자부·법무부·법제처·국정홍보처·검찰·경찰을 담당했다. 경제1분과위는 재경부·기획예산처·금감위·공정위·국세청·관세청·조달청을, 경제2분과위는 산자부·건교부·과기부·농림부·정통부·해수부를, 사회교육문화분과위는 교육부·복지부·노동부·문광부·환경부·여성부·국가보훈처 등을 관장했다.

위원장 직속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는 △정부혁신 및 규제개혁 △투자유치 △기후변화 및 에너지 대책 △한반도대운하 △새만금 △과학비즈니스벨트의 6개 TF로 구성됐다.

인수위는 곧바로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과 7개 분과 간사 및 인수위원, 자문위원단 등에 대한 후속인사를 단행했다.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엔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데이비드 앨든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이, 그리고 특위 공동부위원장엔 인수위 부위원장인 김형오 의원과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18·19대 국회의원)이 임명됐다.

특위 산하 6개 TF 팀장은 △정부혁신 및 규제개혁 박재완 의원(현 성균관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한반도대운하 장석효 전 서울 행정부시장(한국도로공사 사장 역임) △새만금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현 조선대 이사장) △과학비즈니스벨트 민동필 서울대 교수(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며, 투자유치TF와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TF 팀장으론 각각 윤진식 전 장관과 허증수 경북대 교수(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역임)가 선임됐다.

기획조정분과는 맹형규 의원(행정안전부 장관 역임), 정무분과는 진수희 의원(보건복지부 장관 역임), 외교·통일·안보분과는 박진 의원(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경제1분과는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기획재정부 장관 역임), 경제2분과는 최경환 의원(현 경제부총리), 사회·교육·문화분과는 이주호 의원(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역임)이 각각 간사로 선임됐다.

정통부를 담당한 경제2분과 최경환 간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22회로 대통령경제수석실 비서관,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는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성탄절 이튿날인 26일.

이명박 시대를 열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현판식에는 이명박 당선인과 이경숙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 인수위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그해 27일 오전 9시.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주재로 간사단 회의가 한 시간여 동안 열렸다. 국정 주요 어젠다 결정과 인수위 활동 일정 등에 관한 회의였다.

이후 인수위는 속도를 내며 급박하게 돌아갔다. 모든 행정부처는 인수위 움직임에 안테나를 총동원했다. 당장은 출세코스로 통하는 각 부처에서 파견할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인선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해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부처에서 파견될 공무원 중 전문위원으로 일할 국장급 이상 공무원 3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인수위 측은 각 부처에서 3배수 추천을 받아 전문성과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 개혁성 등을 평가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통부에서는 형태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상임위원(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현 동양대 석좌교수)이 임명됐다. 형 위원은 정통부 감사관, 국제협력관, 정보통신협력국장, 정보통신지원국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경제2분과 간사인 최경환 의원과 고교 동기동창이자 행정고시 22기 동기였다. 그래서 인수위 파견에 최 간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형태근 당시 전문위원의 말.

“최경환 간사와는 고교시절 같은 반 절친이긴 합니다만 전문위원 파견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당시 총무과에서 파견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어 확정됐다고 해서 이튿날 8시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당시 최 간사는 지금과 달리 그렇게 위상이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자문위원으로 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이 임명됐다.

그해 12월 3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 파견공무원으로 구성된 실무위원 38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정통부에서는 이상진 정통부 기획총괄과장(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이 임명됐다.

IT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