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실적 선전 IT 기업 보니...포트폴리오가 정답

고영테크놀러지 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3D 검사장비를 테스트 중이다.
고영테크놀러지 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3D 검사장비를 테스트 중이다.

정보기술(IT)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품·거래처 다변화가 잘 돼 있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대다수 동종 업체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진 기업은 꾸준히 실적 호전 행진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노칩·엠씨넥스·고영테크놀러지 등 제품·거래처 다변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불황 속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정전기·전자파 차폐 등 세라믹 칩을 생산하는 이노칩은 거래처 다변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업체는 예전부터 국내기업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기업과도 활발한 거래를 진행해 왔다. 세라믹 칩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국내 시장에만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되면서 기기 한 대에 쓰이는 칩수도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쓰이는 코먼모드차폐필터(CMEF) 수는 5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3개까지 쓰인다. 경쟁사가 TDK·무라타 등 일본 기업이어서 단가인하 압력도 덜한 편이다. 올해 이노칩은 지난해 대비 매출·영업이익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모듈 업체 엠씨넥스는 여러 세트 업체와 거래하고 있을뿐 아니라 스마트폰·자동차 전장 등 제품 다변화에도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은 삼성전자 외 중국 ZTE·OPPO와 일본 교세라·NEC 등에 납품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카메라는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고, 향후 전기차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미국이 2018년부터 신규 차량에 후방 카메라 장착을 의무화함에 따라 향후 엠씨넥스 자동차 전장 카메라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엠씨넥스는 전년 대비 매출 30%, 영업이익 50% 이상 성장한다는 목표다.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 검사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스마트폰·자동차 전장·가전 등 1000여개 기업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전가기기 기판(PCB) 회로를 검사하는 3D 인쇄검사기(SPI)가 주력이었지만, 지난해부터 3D 부품실장검사기(AOI) 판매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IT 시장 불황에도 고영테크놀러지가 고공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다. 지난해 3D AOI 매출은 225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21.6%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4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영테크놀로지는 지난해보다 매출·영업이익이 20~3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불황에는 영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소재·부품 업계 정설이 입증되고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지속성장하려면 제품·거래처 다변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