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폴크스바겐 `파사트 1.8 TSI`

실용성 중시하는 고객들의 선택 폭 넓어져

파사트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빅3’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중형 세단 주력 모델이다. 1973년 첫 선을 보인 이후 4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폭 넓은 인기를 얻었다. 국내 시장에는 2005년, 6세대 모델이 처음 소개되면서 중형 디젤 세단 트렌드를 주도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엔지니어링을 상징하는 탄탄한 주행 성능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그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차 드라이브]폴크스바겐 `파사트 1.8 TSI`

파사트의 주력 트림은 디젤 엔진을 장착한 ‘2.0 TDI’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올 8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1.8 TSI’ 트림이 선보이면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1.8 TSI는 기존의 2.5 가솔린 모델을 대체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성능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파사트 1.8 TSI 스포트’ 트림을 통해 파사트의 변신을 체험했다.

파사트 1.8 TSI의 외관 디자인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트 트림의 경우, 존재감을 강조하는 바디 킷과 리어 스포일러, 알루미늄 페달 등이 추가됐지만 눈에 들어올 만한 변화는 아니다. ‘속(엔진)은 확 바꿨지만, 겉(디자인)은 그대로 놔둬도 이미 충분히 좋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간결하고 뚜렷한 선과 그릴 디자인만 봐도 폴크스바겐의 ‘세단 DNA’가 그대로 전해진다.

넓고 여유로운 실내도 그대로다. 특히 운전석에 앉으면 몸을 편안하게 받쳐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등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에 알칸타라를 섞은 가죽시트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여기에 529ℓ에 달하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도 돋보인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주행 성능도 인상 깊다. 1.8 TSI의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은 170마력(6200rpm)의 최고출력과 25.4㎏·m(1500~475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2.0 TDI 엔진보다 배기량은 적지만, 최고출력은 오히려 30마력이 높다. 최대토크는 2.0 TDI(32.6㎏·m)보다 다소 뒤처지지만, 낮은 rpm 영역부터 충분히 최대토크를 구현하는 것이 강점이다. 정지 상태서 100㎞/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7초로 중형 세단으로는 괜찮은 성적표다. 실제 주행 상황에서는 부드럽지만 허약하지 않은 드라이빙의 재미를 선사했다. 엔진 소음과 풍절음도 크게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1.8 TSI 엔진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공인받았다. 이 엔진은 미국 워드오토 사가 선정한 ‘2014 10대 엔진상’을 수상했다. 특히 적은 연료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기 위해 다운사이징 엔진에 정제된 직분사 및 터보차저 기술을 조합했다. 또 새로운 실린더 블록과 배기 매니폴드를 조합해 마찰을 줄이는 정교한 설계도 적용됐다.

파사트 1.8 TSI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력을 꼽을 만한다. 2.0 TDI(3890만원)보다 440만원 저렴한 3450만원(1.8 TSI 스포트는 3650만원)이라는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기존 2.5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도 380만원 인하된 가격에 엔진 다운사이징에 힘입어 연간 자동차세도 3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파워풀한 베이스와 저음역부터 고음역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원음을 재생하는 펜더 사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돋보인다.

다만 2.0 TDI(14.6㎞/ℓ)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복합연비(11.6㎞/ℓ)는 아쉽다. 물론 이전 2.5 가솔린 모델보다는 10% 이상 개선됐지만, 연비를 최우선을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의 눈이 너무(?) 높아진 탓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