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소 팹리스 시제품에 28나노 라인 개방 협의

중소 팹리스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용 28나노미터(nm) 공정 라인을 시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드는 삼성전자 28나노 공정 라인에서 국내 팹리스 기업이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팹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거쳐 오는 12월께 사업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품 위주로 28나노 공정 라인에서 생산해왔다.

MPW는 웨이퍼 1장에 여러 칩을 설계해 공동 제작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시제품이나 칩 연구개발 용도로 사용한다. 칩을 생산하려면 파운드리의 설계자산(IP)과 디자인키트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와의 협력은 필수다. 비용절감, 설계인력 양성을 위해 MPW 제작은 꼭 필요하다.

다른 파운드리와 달리 삼성전자 팹에서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팹리스는 특성상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대량 양산으로 손익 분기점을 맞추는 작업을 더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팹리스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28나노 팹 개방이 이뤄지면 향후 다양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팹리스 기업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한 단계 높은 기술과 성능을 갖추면서 중국과 동일하거나 더 저렴한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팹리스 기업 대표는 “삼성전자 팹은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여기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ETRI 측은 “삼성전자와 28나노 팹 개방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오는 12월까지 협의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팹리스 기업에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