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과학, 이번주엔]우리나라 최초 해시계 설치

우리나라 최초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조선 세종대왕 16년인 1434년 11월 2일(음력 10월 2일) 혜정교와 종묘 앞에 설치됐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장영실, 이천, 김조 등에게 지시해 만들었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시간을 알 수 있게 시간을 상징하는 12지신을 그려 넣었다.

[역사속 과학, 이번주엔]우리나라 최초 해시계 설치

당시 제작된 앙부일구는 임진왜란을 거치며 유실돼 현재 남아있지 않다. 역사서에 따르면 오목한 화로 크기의 둥근 가마솥 시계판 모양에 해를 나타내고 있다고 해서 앙부일구라고 이름 지었다. 24절기와 시간을 13개의 가로선과 7개의 세로선으로 나타냈다. 청동을 재료로 해서 주물을 부어 만들었다. 글자와 선은 흑색칠 바탕에 은상감을 해 뚜렷이 보이게 했다.

조선 시대에는 하루를 12시 또는 24시로 나누었고, 실제의 태양을 기준으로 했다. 현재 적용되는 대한민국 표준시간과는 약 30분의 차이가 난다. 즉 앙부일구에서 그림자가 정중앙인 오시라면 실제 시각은 12시가 아닌 약 12시 30분이 된다. 이는 지방과 계절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다. 앙부일구는 태양의 그림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가 뜨지 않거나 흐린 날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첫 제작된 앙부일구는 아니지만 이후 제작된 앙부일구 역시 과학·역사·예술적 가치 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보물 제845호로 지정됐다. 보물로 지정된 것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해시계 중에는 보물 제852호인 휴대용 앙부일구도 있다. 18세기에 강건이 제작한 휴대용 앙부일구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임에도 정교하게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세종대왕은 앙부일구 외에도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 해와 별을 이용해 낮과 밤의 시간을 잴 수 있는 ‘일성정시의’, 휴대용 해시계의 일종인 ‘천평일구’ 등 다양한 시계를 제작해 백성의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