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알리페이=?

알리바바와 애플이 모바일 전자결제 분야에서 협력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양사가 전략적인 제휴를 체결한다면 그동안 글로벌 결제서비스 시장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벌여 왔던 금융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밤(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WSJD 라이브 글로벌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잭 마 알리바바 회장은 “(애플과의 협력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양사가 함께 큰일을 도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대담 사회자로 나선 제라드 베이커 WSJ 편집국장이 “아시아 주재 기자들의 정보보고에 따르면 애플과 모바일 결제 분야 협력을 모색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뒤이어 대담자로 등장한 팀 쿡 애플 CEO 역시 베이커 국장의 같은 질문에 “우리는 기발하면서도(wicked), 사고가 유연하고(flexible), 확실한 제품이 있는(product based) 파트너와 일하기를 좋아하는데 알리바바가 바로 그런 조직”이라며 “조만간 마 회장과 따로 만나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CEO가 모바일결제 분야의 협력 모색을 공식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은 중국이다. 결제 서비스의 전제 조건은 시장이다. 지난 20일 결제 서비스(애플페이)를 개시한 애플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빼고 애플페이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애플이 중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로 생각하는 게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7억 가입자에 바탕을 두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서비스를 개시한 알리페이(支付〃·즈푸바오)는 가입자만 3억명에 달한다.

알리바바에도 애플은 ‘먹음직스러운 사과’다. 중화권 내 막강한 시장점유율과 애플페이보다 앞선 전자결제 시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는 있지만 전자결제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금융시스템은 모두 미국 등 서방세계에 몰려 있다.

골목대장에서 벗어나려면 애플을 발판 삼아 선진 금융시장으로 나와야 한다. 스마트칩 등 애플의 앞선 기술도 알리바바가 군침 흘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맞손을 잡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WSJ는 지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양국 금융·공정거래 당국이 이들의 연대를 허락할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중국 금융권과 공산당 일각에 알리바바의 금융업 진출에 반대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외국 기업과의 합작까지 허락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다.

애플 역시 지배적사업자의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공정거래 저촉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이번 주말로 예고된 양사 CEO 간 독대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