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스템반도체, 성장 돌파구 찾을 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는 시스템반도체다. 우리가 시장을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그 나머지다. 메모리 강국인 한국은 시스템반도체까지 망라한,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년 가까운 노력에도 불구, 아직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기업 존재감은 매우 낮다.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 벽을 넘지 못했다. 기술 장벽이 낮은 분야는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 기업에까지 밀리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침체에 빠졌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팹리스 반도체업계는 물론이고 대기업들조차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등 소품종 대량 생산형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시스템반도체의 새 수요처로 떠오르는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스마트카 등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산업 특성상 가까운 미래에 급부상할 산업군 예측이 필요한데, 중소기업 주축으로 형성된 국내 팹리스업계는 전문 인력과 정보 부족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다. 한국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업계가 전성기를 맞았던 시기는 아이러닉하게도 IMF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반도체 산업 구조조정(빅딜)을 추진했던 때다. 당시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 합병 과정에서 명예 퇴직한 고급인력들이 시스템반도체업계에 대거 포진했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시스템반도체 산학협력 포럼’을 만든다고 한다. 국내 팹리스산업의 중장기 성장을 모색하고 새로운 전략 수립을 위해 업계와 학계가 힘을 합친다. 이 포럼이 팹리스업계가 목말라 하는 미래 선점 기술 분석과 차세대 기술 협력 개발,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 돌파구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