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전기차 전쟁, 바라만 볼 것인가

[에너지포럼]전기차 전쟁, 바라만 볼 것인가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열기가 뜨겁다. 전기차는 단순히 자동차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부품소재·에너지·ICT·전력인프라 등 연관된 수많은 신산업 생태계 혁신, 즉 제3의 산업혁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더욱이 우리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만을 놓고 보면 미래 국가 산업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스마트폰, 조선 등 우리나라 국가 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산업군이 해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며 마지막 희망인 자동차 산업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주요산업의 위기와 기대, 고민과 무관하게 130년 이상 지속된 내연기관의 시대가 서서히 친환경과 지구보존이라는 인류적 과제 앞에 시대적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내연기관의 전력구동화 즉, 전기차의 도래가 필연적 사안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다양한 전기차 활성화 대책을 벌여왔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규모나 인프라 등 현실적인 결과물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전기차 구입 때 최고 2500만원을 지원하고 취득·등록세를 면제해주며 700만원에 달하는 완속충전기를 설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하루빨리 원인을 파악해 전기차 확산책을 펴야 할 것이다.

보급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전기차 가격이다.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내수시장의 전기차 가격은 구매 욕구를 떨어뜨린다. 부품·소재 가격의 하락과 무엇보다 배터리 가격이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전용 모델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전기차 구매자가 외관이 비슷한 차량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구매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차량 외관이나 플랫폼을 교체하기에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충전인프라 부족도 여전히 문제다. 이를 더욱 구체화하면 내 집에서의 충전인프라 부재는 사실상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차량 운전자를 비롯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과 직장에서 충전이 안 된다면 전기차를 구매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량 가격의 문제는 배터리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전기차 수요확대를 통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3000만원 초반대 전기차가 나오고 있으며 이미 수년 내 2000만원 초반대 전기차 출시를 발표한 상태다.

문제는 전용모델과 충전인프라 해결이다. 남과 같은 방식으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 생각의 틀을 바꿔 전기차 전용모델의 개념을 확대해 생각해보자. 단순한 차량 외형이나 플랫폼의 변화가 아니라 운전자에게 기존 내연기관 차량이 제공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시판 중인 대부분의 전기차는 20㎾ 안팎의 커다란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으며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는 가정이나 캠핑용 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V2G(Vehicle To Grid)를 통한 전력 역전송 판매가 가능하다. 전기차 활용 면에서 다차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외관과 플랫폼을 바꾸는 것만이 고객이 원하는 전기차 전용모델의 개념은 아닐 것이다.

또 충전 인프라 문제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충전기를 지원하는 것보다 앞으로 늘어날 전기차 수를 고려해 전력수요에 대비한 발전량 증가 대책은 물론이고 민간충전 사업자를 위한 요금제도와 건물 내에서의 전력용량 증설, 안전점검 등에 대한 관련 법·제도 정비·개정 등이 필요하다.

이제 과거 우리경제를 지탱했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고 그런 상황도 아니다. 최근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조선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상품들이 위협받고 있다. 이제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전기차는 분명 훌륭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이미 여러 시장 예측기관과 세계 여러 국가의 움직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전기차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먹느냐, 먹히느냐’다. 중간은 없다.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실행만이 살길이다.

한찬희 파워큐브 대표 powercube@powercu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