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금알 거위 배 갈라놓고 보니 정신이 드나

국내 게임산업 규모가 지난해 처음 감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9조7198억원으로 2012년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이 통계를 낸 2007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같은 기간 세계 게임산업 규모는 4%P 증가했다. 한국만 역주행한 이유가 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냉철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주력인 온라인게임 위축이 결정적이었다. 무려 19.6%나 감소했다. 모바일 게임이 급성장했지만 워낙 비중이 큰 온라인게임 축소를 벌충할 수 없었다. 특히 온라인게임은 수출의 90%를 차지해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게임업계 종사자 수가 1년 사이 3000명 이상 줄었다는 점이다. 특히 제작과 배급 관련 종사자 수가 격감했다. 미래 게임산업 동력이 꺼진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 글로벌화, 온라인 게임의 모바일 영역 확대와 신성장동력 발굴이 이뤄지지 않으면 2016년까지 답보라는 우울한 전망을 더 연장할 수밖에 없다.

게임산업 축소에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산업계 잘못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게임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셧다운제부터 게임중독법까지 외국에도 없는 각종 규제를 쏟아낸 정부와 정치권 잘못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임산업계는 새 게임과 서비스 개발에도 모자란 시간을 각종 규제 대응에 할애해야 했다. 정부와 정치권이야말로 첫 마이너스 성장의 장본인이다.

게임산업 침체가 수치로도 확인되자 국회가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하다. 그간 나온 규제 법안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정부도 셧다운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였다. 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공든 탑을 허물어놓고 다시 나타나 돕겠다는 것이 업계로선 얄밉기만 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정말 그간 했던 짓을 뉘우친다면 보완 수준을 넘어 기존 악법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 또 산업계 동력을 키울 획기적인 진흥책도 내놔야 한다. 그래야 게임산업계로부터 더 이상 원망을 사지 않는다. 시간이 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