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한 ITO 대체 소재, 국내 세트 업계 외면으로 고전…중국 기업들 군침

국내 세트업체선 외면…양산 요원해

국내 업체들이 인듐주석산화물(ITO) 대체 소재로 개발한 메탈메시 터치스크린패널(TSP)이 국내 세트 업체들에 외면당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미세 선폭과 시인성 등을 구현했지만 ITO 가격 인하로 세트 업체가 대체 소재 적용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 패널·부품 업체는 국내 메탈메시 TSP 업체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전기·아이에스엘·LG이노텍·삼성전기·미래나노텍 등이 메탈메시 터치센서 개발을 완료하고도 대규모 양산에 돌입하지 못했다. 대부분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 채비를 서둘렀지만 아직까지도 양산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양산에 나설 계획이었던 아이에스엘은 양산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업체는 국내 삼성·LG 양 측에 샘플을 제공했고 기술 검토를 받고 있다. 양산 일정이 확정되지 않자 우선 중국 시장을 겨냥해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앞서 연구개발에 나선 LG이노텍은 소규모 양산에 들어가긴 했지만 국내 내수 시장에서 수요가 없자 최근 개발 방식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회사는 PET 필름에 레진을 바른 후 전기가 지나가는 홈을 파서 ‘은’을 넣는 ‘음각’ 방식을 채택했다. 동일한 방식을 적용했던 미래나노텍 역시 TSP 공장 화재 이후 6월 재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탈메시 적용에 주춤하면서 재가동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말 32인치 대형 메탈메시 TSP 양산에 들어간 금호전기도 중국 모니터 업체 등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메탈메시용 소재를 공급하는 잉크테크도 중국과 대만 부품사에 파일럿 생산용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메탈메시는 은·구리 등 금속을 사용해 원가경쟁력이 높고 또 대형화가 용이해 ITO 필름 대체재로 지목됐다. 지난 1년간 국내 업체의 기술 개발 진척이 많이 이뤄져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술 난제로 꼽혀왔던 미세 패턴을 구현하는 것과 시인성 등이 크게 개선됐다. 선폭 형성 기술을 1마이크로미터(㎛)대까지 확보했다.

국내 세트 업체들도 올해 도입을 검토했으나 ITO 필름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새로운 대체재의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현재 ITO 필름은 1인치당 0.5~0.7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에 저가 제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메탈메시 TSP 적용에 나서고 있다. 중국 BOE와 트룰리는 검토 6개월 만에 국내 모 업체와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중국의 한 업체는 아이에스엘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TSP 업체들은 세트 업체에 종속돼 있는 사례가 많아 독자적으로 메탈메시 TSP 양산에 나서기 힘들지만 중국·대만은 부품업체들이 세트 업체에 신기술을 직접 제안하는 일이 적지 않아 더욱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중국에서 파일럿 생산에 나선 곳이 많은 만큼 내년에는 본격적인 제품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