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국인 투자 장벽 확 낮춘다...전국에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 도입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 제한 조치를 대폭 완화한다. 전국적으로 상하이자유무역구(FTZ) 수준의 혜택을 제공해 외자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경기둔화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고용을 늘려 내수를 키운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제한목록(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네거티브리스트 제도는 명시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상하이FTZ에만 제한적으로 네거티브리스트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외 지역 외국인 투자는 기준을 까다롭게 둬 해외 업체들에게는 중국 진출 걸림돌로 작용했다.

구 다웨이 NDRC 외국자본 및 해외투자팀장은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을 개방해 산업을 고도화하고 기술력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NDRC는 지난 4일 외국인 투자 제한 규정을 79개에서 35개로 줄였다. 철강·석유정제·제지 업종도 해외 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합작회사에 대한 자국인 지분율 최저 기준도 44%에서 32%로 낮췄다. 해외기업 투자 승인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해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도록 했다. 투자 승인과 관련해 정부가 거두는 수수료 등 수익은 10억달러(약 1조1035억원) 가량이다.

중국은 내년 초 미국과 양자간 투자협상에서 네거티브리스트 항목에서 어떤 내용을 제외할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국간 이견이 있어 네거티브리스트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시간은 필요하다. 내년 중순 이후부터는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전망이다.

투자 제한 장벽은 확 걷어줬지만 외국 기업들은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EU상공회의소 대변인은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며 “투자 업종 제한을 아예 없애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상업부(MOFCOM)에 따르면 자국 내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지난달 85억3000만달러(약 9조4163억원)로, 작년 10월에 비해 1.3% 상승했다. 중국 진출 기업 숫자도 1.9% 증가했다.

하지만 연간 누적액을 보면 올해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올해 1월~10월 FDI 총액은 959억달러를 기록해 작년보다 1.2% 떨어졌다. 특히 제조업 분야 둔화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서비스 업종 투자액은 6.6% 늘었다. 액수는 531억달러(약 58조6170억원)로 제조업보다 325억달러(약 35조8767억원) 많았다.

국가별로는 연간 한국기업 투자가 26.4%, 영국기업 투자가 32.4% 증가했다. 반면 일본, 미국, EU는 각각 42.9%·16.2%·23.8%씩 줄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