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500억→470억···재난망 사업,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안행부가 도출한 재난망 사업비 구성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시범사업 예산이 당초 안전행정부가 요청한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반토막 난 데 이어 30억원이 추가 삭감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이 직접 조속한 사업추진 의지를 밝히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한 당초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구축하는 재난망을 시범사업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본사업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는데도 자칫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재난망 시범사업 예산 30억원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기술 검토 측면에서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게 이유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주장했고 홍문표 예결위원장이 결정을 내렸다. 당초 10%(50억원) 삭감 얘기가 나오다가 조정을 거쳐 30억원으로 줄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재난망 사업이 또다시 경제성 논리에 휘말려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재난망 사업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로 추진됐으나 경제성 논리 때문에 10년 넘게 표류하기도 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추진의지를 표명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지난 8월 이런 취지가 무색해졌다. 당시 안행부는 시범사업 예산으로 1000억원을 도출했다. 상용망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파수 효율이 좋은 700㎒ 사용을 전제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구체성이 없다며 이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안행부는 단말기, 기지국, 주제어장치 구축 등 통신망 구축에 479억원, 회선 임차료 등 운영에 21억원 등 500억원을 쓰겠다고 다시 제시했다.

하지만 예결위 예산소위는 대형 국책사업이 너무 급박하게 추진된다는 점과 세계적 추세를 따르지 않고 기술 검토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10월 작성된 예산심의 자료에는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이 다소 지연되면서 정확한 내년도 사업비 규모 추정이 불분명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 표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술표준 없이 급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개발 비용이 상승하고 시범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재난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명분은 인정하지만 사업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30억원 정도를 줄여서 가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는 계속되는 예산 삭감에 우려를 표했다. 기술적 부분에서는 국제 표준 없이도 단말을 개발하는 데 문제없고 시범사업에서 쓸 대체 기술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여 예산낭비와 사업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잇따른 예산 축소로 시범사업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하면 본사업에서 더 큰 예산낭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예산편성 기조면 본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예산 삭감으로 주요 통신사와 장비업체들이 아예 사업참여를 포기하면서 재난망 사업의 부실화도 우려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시범사업 대상이 강원도 지역 전체였다가 3개 도시로 줄어든 데 이어 또 예산이 삭감되면 테스트베드로서의 의미가 축소된다”며 “예산이 줄면 기지국 수를 70~80개 정도 줄일 가능성이 큰데 테스트 지역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성능 검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가 도출한 재난망 시업사업비 구성(단위:억원) 자료:국회 예산심의자료>


안행부가 도출한 재난망 시업사업비 구성(단위:억원) 자료:국회 예산심의자료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