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주파수 정책 개입 의지 드러내 `파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가 주파수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의 주파수 정책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00㎒ 대역 주파수 용도 결정을 둘러싼 과도한 개입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 미방위가 정부의 주파수 정책에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방위가 주파수 소위 향후 활동 계획 등을 위원장과 여야 간사에 위임하기로 해 구체적 방향을 단정할 수 없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1일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재난안전통신망 등 정부의 700㎒ 주파수 대역 용도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의원은 “미방위 주파수 관련 소위가 의결, 결정하면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말해 정부 압박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회의 행보가 자칫 정부의 정책 결정권을 훼손하는 월권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관료 출신 한 인사는 “국회가 정부의 주파수 정책에 개입하거나 결정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을 국회가 결정하는 건 부처 기능을 현저히 저해할 뿐만 아니라 침해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정부의 주파수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정부의 신속한 의사결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근간인 주파수 정책이 정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호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미방위는 그동안 700㎒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UHD 방송 용도로 분배해야 한다며, 주파수 정책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파수 소위가 가동되면 지상파 UHD 방송 용도 등 700㎒ 대역 주파수 잔여 폭에 대한 강력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정된 공공재인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중요한 효율성보다 형평성이 우선될 여지가 상당하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중장기 주파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공산도 상당하다.

미래지향적 주파수 관리·활용 등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주파수 수급·관리 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법률에 의거해 정부에 위임된 주파수 개발, 관리, 할당 등 정책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ICT 전문가는 “주파수 관리 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리한 데 이어 국회가 개입하면 주파수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방위와 주파수 소위원회가 정부의 주파수 정책에 대한 본연의 견제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문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