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용 트랜지스터 품귀현상에 장비 업계 `휘청`

통신장비 업계가 통신용 트랜지스터 품귀 현상으로 심각한 생산난에 직면했다. 통신용 트랜지스터는 주파수신호 증폭장치로 중계기나 기지국장비를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품귀 현상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관련 업계는 자칫 주문을 받아놓고도 장비를 생산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시작된 트랜지스터 품귀 현상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현상으로 관련 업체 대다수가 트랜지스터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품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4세대(4G) 롱텀에벌루션(LTE)망 구축에 따라 중국 업체들이 공급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업체 대다수와 거래하는 미국 반도체기업 프리스케일 물량 대부분을 화웨이와 ZTE가 가져갔다. 중국의 대규모 4G LTE망 구축으로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프리스케일은 이례적으로 거래 규모에 따라 공급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중계기 업체 한 관계자는 “대규모로 거래하는 중국 업체가 통신용 트랜지스터 공급량의 대부분을 가져간다”며 “삼성전자와 에릭슨LG, 알카텔루슨트 등 웬만한 대기업도 필요 물량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래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는 부품 수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LTE 기지국 필수장비 ‘RRH(Remote Radio Head)’ 제품을 생산하는 KMW는 9월과 10월 필요 물량의 10%밖에 공급받지 못했다. KMW 관계자는 “11월은 간신히 필요 물량을 받았지만 당장 다음 달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트랜지스터 조달이 이렇게 힘든 건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계기 업체 한 관계자는 “보통 발주 후 8주면 부품을 받는데 지금은 30주 이상 걸린다”며 “이마저도 원하는 양을 다 받지도 못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품귀 현상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와 달리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4G LTE망 구축이 본격화돼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통신용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프리스케일과 인피니언 등 글로벌 제조사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 트랜지스터 품귀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장비 업체는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는 다른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내년 3분기까지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여서 향후 기업 운영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