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사내 카톡` 도입한다

재계 서열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내 카톡’을 도입한다.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경영 스피드를 끌어올리면서도 기밀 유출 등 보안문제는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국내 대표 기업이 앞서 움직이면서 향후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가 재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23일 재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주 ‘카카오톡 사용 대체 모바일 협업도구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내년 4월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오토에버가 개발을 맡는다. 카카오톡과 같은 대화 기능을 넣되 철저한 보안기능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20만여명의 현대차그룹 글로벌 임직원이 사용하게 된다. 임직원 등급을 나눠 등급별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면서 “업무 효율성은 높지만 기밀 유출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도 그룹 차원에서 사용할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 중이다. 삼성SDS가 개발을 맡았다. 유무선 인트라넷 ‘마이싱글’과 연동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포스코 등도 유사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경영 효율성’과 ‘보안’을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 도입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보안을 이유로 사내에서 외부 메신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곳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업무에 효율적인 도구인 게 입증되면서 이를 직접 구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