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현대차 사내 카톡 도입은 `스피드 경영+보안` 조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른바 ‘사내 카톡’으로 불리는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를 직접 개발하기로 한 것은 ‘스피드 경영’과 ‘보안’을 절묘하게 결합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피드 경영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모바일 경영’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C로 할 수 있는 일을 대부분 움직이면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메일 송수신은 물론 일부 문서 작성까지 가능하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는 모바일 경영 확산과 함께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일일이 전화를 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업무 보고가 가능하다. 팀이나 부서원간 단체 대화로 모바일 회의도 할 수 있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예전에는 면대면으로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았다”며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하면 대부분 가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모바일 오피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안이다. 모바일 메신저로 진행되는 대화는 물론이고 문서 내용까지 해킹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수로 외부 사람에게 정보가 전해질 위험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 때문에 대학교나 소규모 벤처기업, 동아리 등에선 자기들만의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어 사용하는 움직임이 일찍부터 나타났다”면서 “기업들은 메신저 서버를 사내에 두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차가 만드는 모바일 메신저에 데이터 암호화 송수신 프로토콜인 ‘sRTP’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사이버 망명지’로 각광받는 텔레그램의 대화 휘발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능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지워지며, 서버에 저장도 되지 않는다.

해외에선 차별화된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일반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통합커뮤니케이션(UC) 솔루션 ‘링크(Lync)’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전 세계에 1억3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했다.

국내에선 이용료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자체 개발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링크의 경우 가입자당 매년 이용요금을 내야 하지만, 직접 개발하면 초기 개발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와 삼성SDS 모두 그룹의 ICT 계열사”라며 “수요 기업이 직접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하는 점이 해외와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