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승세 탄 한국 D램, 방심해선 안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 ‘D램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날개를 달았다. 수십년째 수출 1호 품목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산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올 하반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3분기 세계 D램 점유율은 69.7%로 최대치다. 지난해 2분기 절반을 조금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애플 신형 아이폰 출시에 영향을 받았다. PC와 노트북PC 동향에 좌지우지되던 이전의 D램 반도체와 달리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D램 수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꿈의 수치로 여겨졌던 점유율 70% 돌파가 임박했다.

모바일D램은 기대치가 더 높다. 지난 3분기에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 1분기(78.6%)에 2%포인트 차로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 80%대 진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흘려온 땀의 결실이다. 이제 마이크론과 도시바 등 세계 경쟁기업들이 넘보기 어려운 자리에 안착했다.

양 기업의 쌍끌이 전략은 내년에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전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가 차세대 서버용 DDR4 수요가 추가되면서 D램 시장 호황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양사는 수요 확대에 대비해 생산 물량을 계속 늘리겠다는 계획이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D램과 모바일 D램 수요의 절대치가 애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이 지난 2분기 절반 이하로 하락한 것도 애플 물량이 빠지면서부터다. 어렵사리 50%대를 회복했지만 높은 애플 의존도는 D램 메모리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풀어야할 숙제다. 이를 위해 신규 수요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 애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애플이 한국산 D램을 쓸 수밖에 없도록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점유율이 70, 80%대를 넘어선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