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향한 유럽 `러브콜` 쇄도…인력·기술 유출 우려도

#“게임산업은 문화와 경제발전 두 축에 매우 중요해 세제혜택 등으로 육성하려 한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한국 게임회사들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신규 비즈니스를 계속 시도하기 때문에 베를린 지역에 중요한 노하우를 가져다 줄 것이다.” -미하엘 리베 베를린 국제게임주간 조직위원-

한국 게임사를 향한 유럽 각국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회사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고급 인력과 기술 노하우 유출이라는 그림자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부산 지스타에서 열린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방주 게임 유치 설명회에는 국내 개발사 100여군데가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최 측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50개)보다 훨씬 늘어난 80개 좌석을 마련했지만 기업이 몰리며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며 “100여개 기업까지 참가하고 그 이상은 입장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를린 브란텐부르크 연방주는 이 자리에서 국내 게임 기업을 대상으로 이주 시 주어지는 각종 세제, 투자 등 각종 혜택을 소개했다.

영국은 지난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 지스타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실시했다. 영국 실리콘밸리 격인 ‘테크시티’ 관계자가 영국 시장 진출과 정부 보조정책 등을 발표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문화부 장관은 지스타 개막식에 참가하며 자국 지원에 나섰다.

유럽의 이 같은 손짓에 국내 게임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스타트업 게임사 대표는 “국내 규제환경을 피하고 유럽 진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실제로 근거지를 옮기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한 회사에는 큰 장점이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국내 게임사 유치전이 2000년 활발하게 이뤄졌던 ‘중국으로의 국내 개발자 이탈’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은 게임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2000년대 국내 게임개발자들을 대거 흡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이 시기 국내 유력 게임사에서 서버, 클라이언트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들이 대거 넘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구조조정이나 연봉 등을 이유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개발자가 많았다”며 “유럽은 지역적 선호도 면에서 중국보다 앞서고 개발자 개인이 아닌 기업 유치를 노린다는 점에서 실제 정착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급격히 바람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영이나 핵심개발 조직 등 헤드쿼터 기능은 유럽에 두고 스튜디오를 한국에서 운영하는 등 진출 가능한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이야기다.

김정태 게임인연대 대표(동양대 교수)는 “유치전이 활발하다는 것은 일단 국내 게임사의 경쟁력이 높다는 증거”라며 “국내에서 게임산업이 푸대접 받는 현실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업계 경쟁력이 되도록 국내를 기반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그리고 업계에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