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흔들리는 REC 현물 시장

[이슈분석]흔들리는 REC 현물 시장

최근 REC 현물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재생발전 원가 하락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지만 거래량을 들춰보면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유가증권이다. RPS 대상 발전사는 직접 신재생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거나 REC를 구매해 의무에 대응할 수 있다. REC를 구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신재생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매달 일정량의 REC를 공급받거나 현물 시장에서 입찰할 수 있다. 정부는 RPS 설계시 현물 시장을 통해 민간 신재생 발전사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발전사의 RPS 대응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발전사는 이행량의 8%가량을 현물 시장에서 조달했다. 전체 의무량에 비하면 큰 물량은 아니다. 하지만 현물 시장은 발전사와 REC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중소 신재생발전 사업자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올해 들어 현물 시장에서 REC 매매 체결량은 급감했다. 태양광 REC 체결률은 올해 4월 2.4%를 기록하는 등 6월을 제외하면 9월까지 단 한번도 10%를 넘지 못했다. 비태양광 REC 체결률도 같은 기간 한 차례도 50%를 넘어서지 못했다. 체결량도 지난해 매달 1만 REC를 넘긴 것과 달리 올해 월평균 4000 REC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가 없다보니 REC 가격도 급락했다. 지난해 연말 20만원대에 거래된 태양광, 비태양광 REC 평균 체결 가격은 지난달 각각 9만8000원, 8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현물 시장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는 발전사의 REC 현물 구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정부 보유 REC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RPS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비상시적으로 정부 보유 REC를 판매한다. REC 거래 가격 변동폭이 심하거나 발전사 RPS 이행 실적이 저조해 과징금 규모가 커질 우려가 있을 때 과거 FIT 운영 당시 사들였던 REC 물량을 투입한다. 발전사가 매년 RPS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현물 시장 REC보다 가격이 싼 정부 보유 REC는 발전사의 RPS 대응에 있어 주요 수단이 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발전사가 현물 시장에서 구입한 REC 총량에 비례해 정부 보유 REC를 할당했다. 올해부터 현물 구매량과 상관없이 정부 보유 REC를 할당하기로 하면서 발전사가 현물 시장에서 REC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다. RPS 미이행에 따른 과징금이 REC를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덜한 것도 이유다. 발전사 측 계산에 따르면 비태양광 현물 REC 가격이 10만원을 넘어가면 차라리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것이 낫다. 이 같은 이유로 발전사가 REC 현물 구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중소형 신재생발전 사업자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애초 현물 시장을 조성한 의미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신재생발전 사업자 관계자는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정부가 REC를 할당하고 현물 시장에 참여해야할 의무도 없어지면서 사실상 현물 시장이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앞으로 현물 시장 역할은 더욱 줄어들고 신재생발전 사업자의 경영난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