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한화 빅딜, M&A 활성화 기폭제 되길

어제 산업계 최대 이슈는 삼성그룹이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한화그룹에 매각키로 한 결정이었다. 전격적인 M&A에 재계도 놀랐고, 주식시장도 출렁였다. 모처럼 나온 대기업 인수합병(M&A)이다. IMF 관리체제 시절 ‘빅딜’(대기업간 사업 맞교환)을 떠올리게 했다.

빅딜이라고 하지만 사업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한화에게 테크윈, 탈레스, 종합화학, 토탈 등 4개 계열사를 넘기는 형태다. 삼성은 오너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핵심 역량에 집중한 사업 구조조정 성격이 짙다. 한화는 주력인 방위, 석유화학 사업 역량을 배가시킨다는 목표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윈윈’이다.

16년 전 정부 주도 빅딜과 달리 이번 거래가 순수 민간 주도라는 점을 주목한다. 아무리 경기나 실적이 나빠도 웬만해선 계열사를 버리지 않으려는 속성인 국내 대기업집단이다. 재계 1위 삼성 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떼어내 정도로 대기업이 미래 경기 전망을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핵심 역량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일차 선택이다. 앞으로 재계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M&A도 한결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는 전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차원에서도, 외국에 비해 낙후한 M&A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필요하다면 전통적인 라이벌 그룹끼리도 빅딜이 이뤄질 정도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기업 계열사는 몸집이 커 대기업이 아니고선 받아들이기도 힘이 든다.

이러한 자발적 빅딜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 문화다. M&A가 늘 이뤄지는 선진국과 비교해 합병 초기 진통이 클 수밖에 없다. 한화로 넘어갈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이 흔들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실 계열사 정리가 아닌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면 임직원에게 합병회사가 더 큰 기회로 작용함을 M&A 주체가 확실히 제시해야 진통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하고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규제까지 완화하면 M&A가 산업계에 새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