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상파, 광고시장서 상생방안 찾아야

[기자수첩]지상파, 광고시장서 상생방안 찾아야

한국광고홍보학회가 최근 서강대에서 ‘방송광고 제도 개선’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별 세미나에서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제문에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모두 찬성 의사를 밝히며 적극 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이 토론회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불과 2명으로 구성된 패널진이 순서에 따라 고작 1~2분 간 찬성 발언을 하는데 그쳤다.

세미나를 지켜본 한 사람들은 “반대 의견 없이 진행되는 토론회는 처음”이라며 “토론회가 아닌 궐기대회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간광고 도입 시 유료방송 업계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당분간 유예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압박하는 카드였다. 과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어인 ‘나만 아니면 돼’식 이기주의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의 광고 규제가 완화되면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관련 산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내 콘텐츠 유통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지상파 방송에 광고 물량이 몰리면 타 매체 광고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대중화에 따라 다채널 시대가 열리면서 그동안 지상파 채널에 고정됐던 시청자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다. 시청률 5%를 웃도는 케이블TV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명제에 반대할 방송사업자는 없다. 하지만 정부 정책 변화에 기대어 광고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OTT(Over The Top), N스크린 서비스 등이 등장하며 방송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시장에서 유료방송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정보통신방송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