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도요타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

캠리는 1982년부터 생산된 도요타의 주력 중형 세단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1986년 현지 생산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차종으로 거듭났다. 우리나라에도 2009년 상륙해 2012년 수입차 부문 베스트 셀링카 2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도요타 차량의 판매 자체가 주춤한 상태에서 내년 공략을 위해 내놓은 차종이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다. 세대 교체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자인부터 부품까지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선보여 강력한 반격 의지가 읽혔다.

[신차 드라이브]도요타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

제주도에서 만난 신형 캠리 첫인상은 기대보다 좋았다. 사진으로 볼 때는 앞범퍼를 가득 메운 프런트 그릴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번호판과 조합을 이룬 모습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회사 측 설명대로 당당함을 강조한 디자인이 느껴진다. 여기에 차체 길이를 45㎜ 늘이고 바퀴 사이 거리도 10㎜ 늘여 역동성을 부각했다. 중형 세단인 만큼 흰색 계열의 무채색이 가장 잘 어울리지만, 빨간색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주행 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정숙성과 승차감이다. 2.5 하이브리드 XLE, V6 3.5 가솔린 XLE 두 가지 트림을 시승했는데,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가릴 것 없이 정숙성이 좋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달리는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새 속도가 시속 100㎞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캠리가 늘 강조했던 정숙성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승차감을 구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수석에 앉아 노트북으로 업무를 볼 때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가솔린 모델도 구동 특성상 정숙성이 덜할 수밖에 없지만, 승차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신차 개발을 총괄한 나카호 토시히로 도요타 부수석 엔지니어는 이를 “외부와의 격리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형 캠리 내부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로도 대화가 가능하다”며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형 캠리는 특정 소음, 즉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걸러내는 데 집중해 탑승자가 차음 효과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신형 캠리의 뛰어난 정숙성과 승차감은 양날의 검이다. 시승 시 ‘좋은 차’라는 것은 알겠지만, 드라이빙의 재미는 덜했다. 출발 시 튀어나가는 느낌이나 가속 시 속도감이 없어 운전이 심심했다. 이를 고려했는지 핸들링은 적당히 가볍게 구현했지만, 이 역시 고급차와 대중차 사이 어딘가에 걸쳐있는 느낌이 강했다.

한국토요타가 신형 캠리를 출시하며 “기존 캠리 이미지를 극복하고 젊은 감각의 3040 스마트 세터로까지 타깃 고객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디자인이 젊어진 ‘좋은 차’인 것은 맞지만 ‘펀 드라이빙’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의 정서를 충촉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나카호 토시히로 부수석 엔지니어에게 개인적으로 “캠리를 처음 접하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특별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숙성이 신형 캠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기존 설명을 반복했을 뿐이다. 또 “원래 캠리는 민첩함보다는 부드러움을 강조한 차”라고 덧붙였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기에는 가격 수준도 다소 높다. 시승한 두 차종 모두 4300만원대 가격이고, 가장 낮은 트림인 2.5 XLE도 3390만원이다. 이름에 ‘스마트’를 붙이고 젊은 감각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중형차는 중형차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국내 출시된 모델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보다 8가지 정도 사양이 추가된 고급 모델이라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젊은 층도 공략하겠다는 목표와는 어울리지 않는 출시 전략이다.

결국 신형 캠리의 성공 여부는 정숙성과 승차감에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호응할 것이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숙성과 승차감은 일단 합격점이다. 다만 그 점수를 누가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관건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