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게임 황제 ‘테트리스’ 탄생비화

테트리스는 프랜차이즈까지 포함하면 관련 게임 타이틀만 해도 전 세계에서 7,000만 개 이상 팔렸고 모바일 단말을 통한 다운로드 횟수는 1억 회가 넘는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퍼즐 게임인 테트리스를 만든 사람은 러시아 개발자인 알렉스 파지노프(Alexey Pajitnov)다.

퍼즐게임 황제 ‘테트리스’ 탄생비화

그는 냉전시대 구 소련에서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관련 연구를 하던 과학자다. 파지노프가 일하던 과학아카데미는 기껏해야 4∼5명 밖에 일할 공간이 없던 비좁은 사무실에서 15명이 함께 일해야 했다. 다른 공간이 없었던 탓에 자신의 책상을 다른 3명과 함께 사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퍼즐게임 황제 ‘테트리스’ 탄생비화

파지노프는 이 좁은 사무실에서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당시 과학아카데미 과학자 사이에선 자신들이 연구하던 게 어디에 사용될지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전투기를 핸즈프리로 조작할 수 있게 음성인식 기술을 채택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파지노프가 연구한 음성인식 연구 성과에 대한 것이다.

파지노프는 이렇게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실험이나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 가운데 하나인 파스칼로 게임을 개발했다. 이 때 만든 게임 일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엔터테인먼트팩(Microsoft Entertainment Pack)에 포함된 것도 있으며 당연히 테트리스도 있다.

테트리스가 공식 발표된 건 1984년 6월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과학아카데미 과학자나 컴퓨터 마니아 사이에선 테트리스가 유행해 플로피디스크에 저장된 테트리스 데이터가 돌고 있었다.

이런 테트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198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 CES에서 게임제조사 BPS(Bullet-Proof Software)의 창업자 행크 로저스(Henk B.Rogers)의 눈에 띄면서부터다. 이듬해인 1989년 테트리스는 BPS를 통해 미국 내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했지만 파지노프가 테트리스를 개발할 때 일하던 과학아카데미는 국영기관이다. 테트리스는 업무 시간 중 정부의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테트리스와 관련한 모든 권리는 구 소련이 소유하게 됐다. 테트리스가 대박을 친 이후에도 파지노프에게 막대한 돈이 들어온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1990년 미국으로 넘어와 BPS에 입사했다. 소련 붕괴 이후 복잡한 법적 절차 끝에 1996년에서야 테트리스에 대한 모든 권리는 파지노트에서 돌아오게 된다. 이 때 파지노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게임 관련 프로젝트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가 입사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개발을 시작한다. 하지만 파지노프에겐 불행한 일이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던 건 퍼즐 게임이었지만 엑스박스가 퍼즐 게임 전용 하드웨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일할 수 있는 평화적인 타이틀을 원했다”고 말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게임 개발을 위한 충분한 전문가도 없었다고 말한다.

당시 파지노프가 개발한 PC용 퍼즐 게임 프로젝트는 모두 진행되지 못했다. 엑스박스에서 동작하는 게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PC용 게임은 거들떠보지 않은 것이다. 파지노프는 엑스박스가 이런 여명기를 거쳐 2001년 헤일로 출시 이후에야 게임 부문도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2005년 파지노프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퇴사했다. 그는 이후 단기 계약으로 엑스박스360용 헥사(Hexic) 퍼즐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