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자투표, `기업-주주`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섀도보팅제 폐지가 예정됐던 새해 1월 1일을 한 달가량 앞두고 폐지가 유예될 것이란 소식에 재계는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섀도보팅제 폐지가 가져올 불편함은 우려됐지만 지난 3일 국회 정무위가 의결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 섀도보팅제를 이용하려면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의결권 위임장 권유 활동을 해야 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47%, 전체 상장사의 40% 가량이 섀도보팅제를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 상당수의 안색이 좋지만은 않다.

물론 전자투표의 실시는 주주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찬반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소액주주의 의견 반영폭이 넓어지는 것이 불편한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전자투표제를 외면한 첫 번째 이유는 ‘경영권 분쟁 때 반대세력에 악용될 우려’였다.

그간 소액주주는 주총 현장 참석조차 어려웠다. 여러 기업이 한날 같은 시간에 주총을 여는 것이 주식이 분산된 소액주주 참석을 막기 위한 행위란 비판이 거셌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주총에 지방 주주 참여는 더 어려웠다. 섀도보팅제가 지배구조 상단 주주의 의견만으로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수단이란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전자투표를 쓰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자투표 찬반을 차치하더라도 디지털 기술이 도와줄 주주권리 확장이 기업과 주주 양측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장사는 더 나은 안건으로 주식 발행기업으로서 투자자를 설득하는 명분을 더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주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차만 보는 단타성 수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아졌다지만 기업의 의사결정과 미래 성장성에 거는 베팅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에릭 슈미트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란 저서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 시대의 연결성이 가져올 인류의 변화를 논한다. 불편함과 익숙하지 않은 기술 도입이 새로운 성장을 가능하게 하길 기대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