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FTA 타결, 국내 제조업의 베트남 전략적 활용가치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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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우리 제조기업의 전략적 생산·가공단지로서 베트남의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관세 철폐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인구 9000만의 신흥 시장 베트남으로 수출 증진과 투자 여건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베트남은 우리 제조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핵심 조립·가공단지 역할을 하고 있다. 대 베트남 수출 상위 품목 대부분이 중간재와 자본재에 집중돼 있다. 양국은 상당수 품목에서 단일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이다.

한·베 FTA에 따라 지난해 베트남 수출 2위 품목인 무선통신기기부품 관세가 5년 내 철폐되는 등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등 주요 소재·부품 관세가 없어진다. 베트남으로 소재·부품을 수출하는 걸림돌이 사라져 베트남을 생산단지로 활용하는 우리 제조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본을 베트남에 투자하는 나라다. 지난 한 해 베트남 제조업에만 76억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3300여 한국 기업이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활동 중이다. 그만큼 FTA 타결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 베트남 투자 및 사업 여건 개선이 점쳐진다.

양국은 이번 FTA에서 기존 한·아세안 FTA, 한·베 양자투자보장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투자 자유화와 투자 보호 규범에 합의했다. 송금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투자자·국가간소송제도(ISD) 절차도 체계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자유화는 FTA 발효 후 1년 내에 협상을 마무리짓되 양국이 그간 체결한 FTA 중 최고 개방수준의 자유화를 지향하기로 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한·베 FTA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반 규정 등도 완화했다. 기존 한·아세안 FTA가 복잡한 원산지 절차 규정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활용이 저조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의 아세안 FTA 수출 활용률은 33%로 미국(69.3%)과 EU(77.8%)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베 FTA에서 원산지 절차와 증명서 발급 요건 등을 완화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매년 5~6%대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소비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FTA 타결이 우리 가전·자동차기업 등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밥솥·냉장고·에어컨·TV·세탁기 등 생활가전 대부분의 관세가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기존 소재·부품 중심의 대 베트남 수출이 고부가가치 최종 소비재로 다변화할 전망이다.

지난 2009년 우리보다 한발 앞서 베트남과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발효한 일본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그간 우리 기업은 주요 수출품목이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번 FTA로 자동차부품·철강·합성수지 등의 양허를 획득, 일본과 동등한 경쟁조건을 확보했다. 나아가 타이어·철도차량부품 등에서 추가 양허를 얻어내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베트남과 FTA 타결은 다른 아세안 국가와 양자 FTA를 위한 교두보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규범·지식재산권 등 과거 선진국이 우리나라와 FTA 체결시 강점으로 내세웠던 부분을 이제는 우리가 아세안 국가와 협상에서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