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유튜브 `PIP 협상` 결렬···IP 우회 변칙 시청법 등장

스마트미디어렙(SMR)과 유튜브의 방송 콘텐츠 공급 협상이 결렬됐다.

유튜브가 국내 7개 방송사업자로 구성된 SMR이 요구한 플랫폼 인 플랫폼(PIP) 운영권을 정면 거부, 한국 유튜브 서비스는 앞으로 이용자에게 SMR 회원사 콘텐츠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7개 방송사업자가 국내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IP주소를 해외로 우회해 유튜브 접속하는 등 부작용도 확산되고 있다.

1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SMR이 미국 유튜브 본사와 PIP 도입, 광고 수익배분 비율 개선 등을 조건으로 진행한 방송 콘텐츠 공급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PIP는 통신사업자의 모바일 IPTV 애플리케이션에 탑재된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처럼 방송사업자가 특정 플랫폼 내 별도 구축한 카테고리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방송 콘텐츠 편집권은 물론이고 온라인 광고 운영권 등을 각 방송사업자가 직접 관리·운영할 수 있어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콘텐츠 판매 수입, 광고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박종진 SMR 대표는 “유튜브와 장기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PIP를 도입하는데 입장 차이가 너무 커 결국 합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며 “현재 각 방송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유튜브와 (방송 콘텐츠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SMR과 유튜브가 합의점에 찾지 못하면서 7개 방송사업자는 이달 초부터 한국 내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1일 에스비에스(SBS), 문화방송(MBC)에 이어 JTBC, 채널A, MBN, TV조선, CJ E&M이 서비스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SNS,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해외로 IP주소를 우회해 유튜브에서 SMR 7개사 방송 콘텐츠를 시청하는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 유튜브는 기존처럼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반면에 국내는 한국 IP주소로 접속한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한 것을 거꾸로 이용한 셈이다.

IP우회 프로그램 젠메이트로 미국을 거쳐 재생한 JTBC 프로그램.
IP우회 프로그램 젠메이트로 미국을 거쳐 재생한 JTBC 프로그램.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IP우회 프로그램 ‘젠메이트(Zenmate)’가 대표적 사례다. 크롬 웹스토어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별도 설정 없이 클릭 한 번으로 IP우회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우회 가능 국가도 미국, 홍콩, 독일, 스위스, 영국 5개국이다.

CJ E&M 관계자는 “국내 유튜브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어디까지나 사업자 간(B2B) 계약상에 따른 조치”라며 “범법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개인 이용자의 IP 우회 시청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그동안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며 “앞으로 유튜브를 대체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이 사용자 접근성을 높인 플랫폼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