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위기의 LED 산업, 중국발 위협 ‘적신호`...안방 내주나?

중국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 업체인 엠엘에스는 월 150억개의 LED 패키지를 생산한다. 국내 모든 패키지 제조업체의 생산량을 합쳐도 월 50억개 미만이다. 최근 중국엔 이러한 초대형 LED 패키지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생산력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국내와 대동소이해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슈분석]위기의 LED 산업, 중국발 위협 ‘적신호`...안방 내주나?

국내 LED칩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중국 업체들이 보다 더 고성능의 최신 장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대만, 미국 등지에서 우수한 인력을 유입해 기술력에서 국내 보다 뒤처질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보급형인 수평형 LED칩의 경우 국내보다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업체들이 자존심 때문에 높아진 중국 기술력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방 위협하는 중국 LED 산업

현재 국내 LED 조명시장은 껍데기만 국내산이다. 칩과 핵심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대형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LED 조명도 국내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유명 업체 제품이나 국내 유통업체가 중국 업체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만든 제품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해 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결과적으로 국내 조명 업체들의 배를 불리지 못했고 그 사이 중국 업체와 글로벌 업체들에게 안방을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종목에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이젠 정말 국가차원에서 국내 LED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투입해 LED 산업 부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ED 분야 벤처 기업엔 고가의 장비 지원은 물론, 공장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건물에는 LED 조명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시장 개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LED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또 다시 정부가 LED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LED 산업의 성장이 정말 무서운 것은 LED 칩에서부터 패키지, 조명에 이르기까지 산업 하이라키가 순차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순수 칩제조 업체들이 2년 전 대거 문을 닫았고, 국내 LED 시장을 주도해온 패키지 업체들까지 만성 적자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전략, 이젠 독?

국내 LED 칩·패키지 업체들의 적자가 지속되자 이들의 ‘수직계열화’ 전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수직계열화를 이루지 않고선 가격경쟁이 치열한 LED 시장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성능 좋은 LED 패키지들이 저가에 쏟아져 나오면서 수직계열화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그만큼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사업 개편 등을 놓고 고민 중이다.

현재 LED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과 대만 업체 중에서도 수직 계열화된 곳을 찾기 어렵다. 사파이어, LED칩, 패키지 업체들이 모두 사업영역별로 분리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독 국내에서만 사파이어부터 완제품까지 다 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급변하는 LED 산업의 특성상 수직계열화를 하게 되면 동작이 느려질 수밖에 없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성능 개선도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부문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등 개발 속도에도 진척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수직계열화를 통해 핵심 기술에 대한 보안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LED 제품이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업체들 간 제품 성능이 비슷해진 상황에선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술적인 보안을 유지할 필요성도 약해졌다.

최대 장점인 원가 절감 역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최신 설비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적자인 LED 사업에 그동안 신규 장비를 추가로 구입할 수 없었다. 그만큼 원가경쟁력에서도 뒤처진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반도체 측은 “완제품을 제외한 수직계열화 전략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며 “수직계열화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거나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갖춰야

우리나라 LED 산업이 중국과 글로벌 조명 업체 사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과 같은 시장을 바라봐서는 이길 확률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허와 품질을 우선시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특허와 품질의 장벽도 지속되리라는 법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루멘스 등의 상장 기업들은 사실상 이익이 없더라도 규모가 큰 조명 시장과 백라이트유닛(BLU) 시장에서 손을 뗄 수 없을 것”이라며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경영진이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선두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은 물론, 높은 품질과 차별화된 제품, 고도화된 고객 서비스 제공 등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LED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다양한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한다. LED가 단순히 빛을 발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살균, 의료, 예술 등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시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 기술력을 쌓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조립과 같은 패키지 산업이 한국 LED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부가가치가 있는 부분에 국내 LED 산업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며 “정부는 이런 벤처 기업들이 새싹단계에서 말라버리지 않도록 지원하고, 기존 업체들 역시 이러한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