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중요하다더니…멤스 팹 6개월째 중단

정부가 1405억원을 투입해 송도에 마련한 멤스 팹이 가동 중단 6개월에 접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해결 방안을 내지 못한 채 정부와 운영사간 핑퐁 게임을 거듭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센서의 중요성이 커진만큼 멤스 팹 설비를 되살려야 한다는 멤스 업계 입장과 민간기업을 별도 지원할 수 없다는 정부의 평행선이 팽팽하다. 멤스 팹 가동 중단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멤스(MEMS·미세기계전자시스템)는 마이크로미터(㎛)급에서 밀리미터(㎜)급 크기에 이르는 전자기계 소자 기술이다. 자동차 에어백의 가속도 센서, 잉크젯프린터 헤드의 마이크로구동기(액추에이터), 동작감지 센서, 속도 인식 센서, 바이오칩 등에 멤스를 사용한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멤스 팹은 정부가 u-IT클러스터(RFID/USN센터)를 조성하면서 멤스 칩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1405억원을 들여 설립했다. 중소기업 위주로 센서 시장이 형성된 것을 감안해 국내 생산을 지원하고 향후 성장할 센서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멤스팹 운영을 시작했으며 설립 3년만에 민영화했다. 당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건물·장비 574억원 어치를 현물출자하고 지멤스컨소시엄이 320억원을 출자해 합작법인 ‘지멤스’를 세웠다. 현재 지멤스 지분 중 49%는 NIPA가 보유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국내 센서 시장 성장이 더딘 것이다. 연구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 상 대기업은 뛰어들기를 주저한다. 중소기업은 웬만한 체력을 갖지 않고서야 버티기 힘들다. 어렵게 개발해도 칩당 단가가 높지 않아 어려움은 가중된다. 때문에 외산 센서 소자를 사서 패키징해 판매하는게 현실이다.

민영화 직후부터 경영난을 겪은 지멤스는 지난 8월 1일부터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당시 멤스팹에서 시제품 혹은 양산 제품 생산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가동 중단 6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생산 장비 특성 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우려가 커진다. 다시 라인을 가동하려면 장비와 클린룸을 정비해야 하므로 약 2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철 지멤스 대표는 “국내 단 하나뿐인 멤스 팹이 영영 문을 닫게 되면 앞으로 국내에 관련 팹이 새로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장비를 계속 공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NIPA는 난색이다. 지분 49%를 보유했지만 민영화한 이상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NIPA 측은 “기회가 된다면 지분도 충분히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주도로 설립했지만 민영화한 이상 추가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커지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분야 한 전문가는 “산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민영화한 정부, 경영을 잘 못한 기업이 모두 책임이 있다”며 “해외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양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멤스 팹을 살리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