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R&D예산 횡령 무더기 적발

공공기관의 연구개발 예산을 횡령하거나 부당하게 쓰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예산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16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연구개발(R&D) 투자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전력 3개 기관 소속 임직원은 2010년부터 2013년 말까지 유흥주점이나 노래방에서 512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1억19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소속 연구원의 한 직원은 2013년 9월 유흥주점에서 89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기술개발 관련 연구회의에 돈을 썼다고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관에서는 업무 수행 이외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써서는 안 되고 이를 어기면 카드를 회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공공기관의 용역을 받아 연구과제를 수행한 대학교수가 예산을 횡령한 사례도 적발됐다.

모 대학 산학협력단의 한 교수는 한수원과 연구 용역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18명의 가짜 연구원을 등록해 2억80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차명 계좌까지 개설했으며, 빼돌린 돈은 오디오 구입비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또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의 인건비 6200만원 상당도 횡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공기관의 R&D 투자규모를 정해 권고하는 제도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는 매년 공공기관별 투자실적과 경영여건 등을 종합해 R&D 투자권고 금액을 산정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각 기관이 R&D와 무관하게 부풀린 투자계획을 검토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권고액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2012년도 R&D 투자 우수 공공기관으로 선정됐지만 실제로는 투자실적이 이에 크게 못 미쳤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미래부 등에 대해 이들 문제점과 관련해 7명의 문책을 요구하는 등 68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