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력반도체사업 또 좌절…멀어지는 비메모리 육성

기재부 "전략 불투명" 또 보류…비메모리 육성 서둘러야

정부가 메모리에 편중된 우리 반도체 산업을 다원화하고자 추진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이 또다시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멈춰 섰다.

2012년부터 3년째 기획단계에서 한 걸음도 못 나아갔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중장기적인 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연구개발(R&D) 전략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존 실리콘 계열이 아닌 화합물 반도체를 중심으로 추진한 2000억원대 중장기 전력반도체 R&D 사업(안)이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예비심사에서 탈락했다. 산업부 내에서 과제를 선별해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으나 본심사 대상에도 들지 못하고 중도 보류됐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은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메모리 중심 생태계를 비메모리 분야로 넓히고자 추진한 것이다. 지난 2011년 정부 ‘생태계 발전형 신성장동력 프로젝트’ 10개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후 2012년부터 예비타당성 조사에 도전했으나 올해까지 3년째 R&D 사업화에 실패했다.

올해는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지적받은 대로 이미 시장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 계열 전력반도체가 아닌 미래 차세대 화합물 전력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안을 만들었으나 아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또다시 보류됐다.

전력반도체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전력 소모를 관리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발열을 최소화하고 성능을 향상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홈네트워크, 태양광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필수로 쓰이는 반도체다.

화합물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소재 반도체보다 발열이 낮고 성능이 높아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꼽힌다. 전력반도체 선두국가인 미국 등은 화합물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전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산업부는 새해 기획안을 가다듬어 다시 사업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단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실제 수요 발굴에 초점을 맞춰 접근할 계획이다. 자동차용 전력반도체가 우선 검토 대상이다.

김정화 산업부 전자부품과장은 “실제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기획을 재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