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완화·증여세 공제 확대 재추진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상속·증여세법 개정이 다시 추진된다.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던 가업상속 공제는 일부 요건을 강화한다. 직계 존속 증여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리는 정부안은 유지한다.

21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이런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관련 법안은 예상과 달리 지난 2일 본회의 재석 262명 중 114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권 40명, 반대 108명으로 부결됐다.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40명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개정안이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공제 기준이 급격히 완화돼 상속세 법 자체가 유명무실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은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일부 요건을 강화해 법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기재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임시국회 중 다시 발의할 것”이라며 “정부안이 부결된 만큼 의원입법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본회의에서 부결된 점을 감안해 개정안의 핵심인 가업상속 공제의 골자는 유지하되 사전·사후관리 요건을 일부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제적용 대상 기업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늘리는 방안은 유지될 전망이다. 또 상속자가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을 당초 여야 간사가 합의했던 대로 ‘7년 이상’으로 바꾸고, 업종·고용규모 변경과 지분 처분이 제한되는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업상속 공제 확대와 더불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인 중산층 상속·증여세 부담 경감 방안은 정부안대로 아들, 딸이 부모나 조부모에게 증여할 때의 세금 공제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는 데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추진해 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8일 기재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찬에 초청해 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앞으로 경제가 힘든 만큼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경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지 않나”라며 도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가업상속공제는 ‘부의 대물림’이나 ‘부자 감세’가 아닌 가업용 자산에 한정된 것이며 사업의 매각 또는 축소 없이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및 경쟁력 제고를 통해 명문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며 재추진에 환영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법 개정이 결과적으로 소수 기업의 ‘부의 대물림’을 돕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의원이 여전히 적지 않아 난관이 예상된다.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