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재부품 결산]첫 무역흑자 1000억달러 시대 열어...반도체 최대 호황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은 올해 사상 처음 무역흑자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국내 제조업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소재부품산업이 경쟁력을 높이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성장할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올해 소재부품산업은 수출 2598억달러, 수입 1594억달러로 무역흑자 1004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소재부품산업은 지난 1996년 37억달러 적자에서 이듬해 34억달러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이후 17년 간 흑자 규모가 30배 이상 커지며 1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지역별로는 대 중국 소재부품 흑자 확대가 1000억달러 달성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우리 소재부품산업의 최대 무역흑자 상대국이자,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흑자의 48%에 달한다.

소재부품 분야의 오랜 문제로 지적돼 온 대 일본 무역역조도 개선 추세다. 대 일본 소재부품 적자는 지난 2010년 243억달러에서 지난해 205억달러로 줄었다.

분야별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산업은 역시 반도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단일 품목으로는 사상 처음 연간 수출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994년 수출 100억달러 달성 이후 20년 만에 6배 증가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면서 삼성전자(DS)와 SK하이닉스는 역대 사상 최대 실적이 확실하다.

디스플레이는 올해 수출 규모가 315억달러로 전년보다 7%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3년 340억달러보다 감소한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가 25%에 달하는 높은 시장 점유율로 글로벌 시장 1위를 확고히 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문제를 노출하기도 했다.

전체 소재부품산업의 지표는 괜찮지만 다수 중소업체는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폰 소재부품업체 대다수가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거나 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게 주원인이다. 그나마 카메라모듈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세트업체들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카메라 쪽으로 마케팅 포인트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TV 소재부품업체들은 올해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열리면서 글로벌 TV 수요를 견인했다. 현재 소재부품업체들은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분간 탈 모바일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소재부품업체의 수익성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사업에 따라 크게 엇갈린 것도 특징이다. 올해 실적이 좋은 LG디스플레이나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은 애플향 제품 공급이 늘면서 수익성을 높였다. 반면에 삼성 부품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은 올해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