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ED 산업 적신호, OLED 조명이 탈출구?... 대규모 투자로 `딜레마`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중국 업체의 거센 공습과 더딘 시장 개화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이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으로 눈을 돌렸다. LED 조명은 기술 보편화로 더 이상 국내 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OLED 조명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앞서 있어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LED와는 전혀 다른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내 LED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LG화학이 100루멘/와트(㏐/W)급의 OLED 조명 패널을 출시한 데 이어 오스람·필립스·파나소닉·GE라이팅 등 글로벌 조명 업체도 새해부터 국내 OLED 조명시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전망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OLED 조명은 대접받지 못했다. 제품 수명과 성능, 단가 측면 등에서 LED 조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업체들의 집중적인 기술 개발 투자로 LED 조명과의 성능 차이를 최소화했다. 아직 대량 생산을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라 비용 문제가 가장 큰 과제다.

장점도 많다. LED 조명이 점 형태의 광원이라면 OLED 조명은 면 형태인데다 두께·무게가 LED 조명보다 80% 이상 적어 디자인 혁신에 보다 용이하다. 또 눈부심과 발열 현상이 없고, 납·수은 등의 중금속도 함유되지 않는다.

LED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선 이미 LED 벌브 조명을 시장에서 야채 판매하듯이 대량으로 헐값에 판매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LED 조명은 기술 보편화로 더 이상 국내 업체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새로운 미래 조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유일하게 OLED 조명 패널을 생산하고 있고, 주성엔지니어링과 네오뷰코오롱 등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시장 진출 3년 만에 매년 200%가량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세계 조명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조기술뿐만 아니라 OLED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에 대한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

이정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OLED 조명 시장 역시 언젠가는 중국 등의 후발업체들이 쫓아오겠지만 다행히 ‘노하우’에 의존하는 산업 분야라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동일하게 구현할 수 없다”며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 국내 LED 업체들은 섣불리 OLED 패널·조명시장으로 발을 담그지 못하고 있다. 앞서 대규모 투자를 했던 LED 칩·패키지 사업에서 아직 ‘턴어라운드’를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탈바꿈을 시도하지 않은 이상 현 LED 산업의 악순환을 끊기는 힘들 것”이라며 “향후 OLED는 LED 시장을 대체하기보다는 공생하는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OLED 조명 시장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