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결산][에너지산업]`ICT+전력` 융합산업 기반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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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에너지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국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쳤던 전력 위기는 공급능력 증가로 올 초부터 안정권을 찾았고, 이로 인해 스마트그리드·전기차·수요관리 등 그동안 준비해왔던 시도들이 에너지 신산업이란 이름으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배출권거래제를 앞두고 정부와 산업간 갈등이 있기도 했고, 자원 분야에서는 지난 정권 자원 외교의 부진한 성적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근에는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에너지 시장 전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넉넉해진 전력수급, 민간 참여 길도 열려

전력 산업에서 2014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넉넉해진 전력수급이다. 지난해까지 동·하절기 내내 5% 미만의 예비율 수준을 기록하며 수시로 비상 단계가 발령됐던 전력상황은 올해 초부터 완전히 뒤집혔다.

25기에 달하는 신규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여름을 단 한차례의 전력 비상 없이 지낼 정도로 수급 상황에 여유가 생겼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수요도 늘면서 지난 17일에는 한파로 역대 최고치의 전력 사용량을 기록했지만, 예비율은 10% 이상의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발전 시장도 역전됐다. 전력이 부족했을 당시 전력 도매가격 폭등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발전사들은 이제 반대로 수익성 하락에 고민하고 있다. 특히 첨두부하를 담당하고 있는 LNG 발전소들은 가동 횟수도 줄어들면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제도 차원에서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개설과 정부승인 차액계약 도입이 가장 큰 변화다. 특히 11월 개설된 수요자원 거래는 ICT와 전력을 융합한 새로운 시장으로 전력 분야에 민간 참여의 길을 넓힌 의미가 있다. 그동안 수요관리는 전력피크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절전 조치로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별도 보조금을 통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제도는 민간사업자들이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역할을 대신해 비상시 절전 고객을 모집하고 이들이 감축한 전력을 시장에서 거래한다.

그동안 절전은 사용자들에게 전기요금을 낮추는 효과만 줬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수익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요관리 사업자들은 ICT 기술을 활용해 전력 현황과 사용자들의 감축 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사용자들 역시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에 투자를 늘릴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차액 계약은 한전과 발전사가 기간과 전력 용량을 일정한 기준으로 계약 거래하는 제도다. 전력수급 안정으로 발전 시장이 역전된 것처럼 전력 부족시에는 발전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얻고, 반대의 경우에는 적자 위험에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설비와 효율을 평가해 적정 가격을 정해 일정량을 거래하는 만큼 한전과 발전사간 상호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액 계약은 세부 시행방안 등이 정해지면 내년부터 실제 계약체결이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 정책에 끌려 다닌 스마트그리드 산업

국내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주도할 핵심 산업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자동차·원격검침인프라(AMI)는 올해도 민간 시장 창출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수년 간 실증 사업과 각종 과제 사업을 통해 기술과 사업 모델 만들기에 주력했지만 주무부처 간 의견 대립과 기술 완성도 부족 등으로 민간 시장의 벽은 넘지 못했다. 안방을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기업들은 다시 한 번 새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연기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전기차 산업의 민간 시장 창출에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제도 시행이 2015년에서 오는 2021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물리고 전기차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해 별도 국가 예산 없이도 자생적 시장을 창출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일부 산업계 반발에 따라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동시에 시행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에서 제도를 연기했다. 이에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 구매 보조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가 스마트그리드 핵심 기반인 AMI사업도 올해 연기됐다. 당초 한전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0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전국 2194만 가구에 AMI를 구축·보급할 계획이었지만 한국형 전력선통신(PLC)칩 성능 부족과 각종 입찰 비리 논란 등으로 지난해 2013년도 사업(200만호)마저 지연됐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총 1000만 가구에 설치를 완료해야 하지만 현재 2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오는 2020년까지 5년 내 2000만 가구 구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AMI가 전력 수요관리뿐 아니라 전기차 인프라, 전력 수요자원시장의 핵심 기반인 만큼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올해 ESS 시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했다. 한전은 지난 10월 16개 기업·컨소시엄을 대상으로 기술·가격 평가를 거쳐 배터리·전력변환장치(PCS) 분야 각각 4개 업체를 선정했다. 이들은 새해 서안성(28㎿)·신용인(24㎿) 변전소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주파수조정(FR)용 초대형 ESS를 구축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배터리는 충·방전 성능에 따라 30~40㎿h 규모다. 배터리 가격만 300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올해 전력 분야 산업별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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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