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 휴대폰의 `골든타임`

[데스크라인]삼성 휴대폰의 `골든타임`

지난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늘어나고 증권가 추정치를 상회하면서 부활에 무게를 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반면에 환율상승과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평가절하도 적지 않았다.

똑같은 수치를 놓고 상반된 시각이다. 그만큼 실적이 어정쩡했다는 말이다. 확실하게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절망적이라고 말하기도 거시기한 수치였다. 실제로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조원 늘어났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37%나 줄어 여전히 초라했다.

연초부터 삼성전자의 실적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어닝 쇼크’ 이후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기둥이 흔들릴까봐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어정쩡한 4분기 실적은 그런 근심을 여전히 잠재우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로 요약된다. 애플과 중국기업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휴대폰 실적이 갈수록 쪼그라든다. 지난 4분기 실적에서도 모바일 부문은 썩 희망적이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소폭 회복됐지만, 휴대폰 판매량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몇몇 애널리스트는 본원적인 경쟁력 회복보다 마케팅비 감소나 환율상승 효과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점점 조여드는 넛크래커에서 탈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이 때문에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아예 휴대폰 사업을 중국기업에 매각하고, 바이오와 같은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잘나가던 삼성 휴대폰이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우위 제품과 시장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6 시리즈’로 삼성의 텃밭인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일격을 가했다. 샤오미는 삼성의 아성인 중국 중저가 시장을 잠식했다. 하드웨어 파워가 비슷해지자 프리미엄폰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파워에서 밀렸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올해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곧 출시될 ‘갤럭시S6’가 있고, 인도와 중국에 출시된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E 시리즈도 있다. 그런데 과연 하드웨어 차별화가 힘들어진 현실에서 애플의 소프트웨어와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이길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좀 더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삼성의 여러 카드 가운데 인도 초저가 시장을 겨냥한 10만원대 타이젠폰이 가장 눈에 띈다. 당장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는 성과가 없더라도 삼성만의 앱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이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하면서 중국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소프트 파워도 구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전략은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다. 당장 턴어라운드 압박에 시달리는 삼성 경영진이 소신을 갖고 선택하기 쉽지 않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가 사실상 ‘골든타임’이다. 당장의 실적보다는 근원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생사기로에선 대증요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